오스카 작품상 수상소감 대미 장식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재현 회장에게 특히 감사하다” 수상소감에 일각 비판 여론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쓰자 제작사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말했다. 이날 기생충은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며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작품상 발표 이후 곽 대표의 수상 소감이 이어지는 동안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는 환하게 웃다가도 벅차 오른 듯 눈가를 훔치거나 허공을 바라보기도 했다. 곽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 의미 있고 상징적이며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 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관객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제작사 대표의 수상 소감 다음으로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들의 소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이 부회장은 영어로 “봉준호 감독의 제작 방식, 웃는 모습, 걷는 모습까지 모두 정말 좋다”며 “한국 영화애호가들에게도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과연 이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오갔다. “제작사도 아니고 배급사 대표가 수상 소감을 말한 게 적절치 않다”, “관객들의 호응으로 다시 켜진 마이크를 꼭 배급사 대표 혼자 잡았어야 했나”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트위터에는 “대기업 오너가 수상 소감 하는 것까지, 너무 완벽하게 완성된 기생충의 결말” (ho******) “영화보다 더한 블랙코미디 현실 기생충”(ro******) 등 영화 내용에 빗대는 글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미경 수상소감 길게 하는 동안 CJ E&M 주식이 500원 올랐다”는 트윗이 올라와 2,800회 이상 리트윗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수상소감의 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불가능해 보여도 우리의 꿈을 지지해 준 내 남동생(이재현 회장)에게 특히 고맙다”며 “땡큐 제이(이재현 회장). 내 남동생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위터 한 이용자는 “눈치껏 감독과 배우들에게 양보해야지 갑자기 본인 남동생은 왜 언급하나”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원래 작품상은 제작자가 소감을 말하는 거라고 하더라”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느냐”고 이 부회장의 소감 발표를 옹호했지만, 이에 “CJ그룹은 제작사가 아닌 배급사”라고 정정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기생충’ 제작은 바른손E&A가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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