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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4관왕 ‘기생충’ 숨은 공로자 이미경 CJ 부회장…“이재현 회장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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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4관왕 ‘기생충’ 숨은 공로자 이미경 CJ 부회장…“이재현 회장 고맙다”

입력
2020.02.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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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 부회장. CJ그룹 제공
이미경 CJ 부회장. CJ그룹 제공

“봉준호 감독에게(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기생충을 후원하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그리고 내 남동생에게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감사를 표한다”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 씨어터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순간,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무대에 올라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이와 같은 역사적 순간을 묵묵히 함께 준비해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문화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과거 박근혜 정권 때 겪은 어려움을 기생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회장은 2015년 1,600억원대 조세 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지만, 1년 가량 실형을 살고 나왔다. 이 부회장도 2014년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야만 했다.

이 부회장은 무대에서 내려가기 직전까지 “기생충을 후원해주신 기생충과 함께 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사람들, 모두 감사한다”며 “여러분들의 그런 의견 덕분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감독님과 창작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덕분에 정말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CJ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 CJ 제공

CJ그룹은 국내 문화 사업의 선두주자로, 특히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뒷받침해왔다. ‘문화보국’을 신념으로 가진 이 회장은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배급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투입한 금액을 환산하면 약 7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전선에서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자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진 등으로 활동하며 해외 인맥을 넓히며 영화판을 키워왔다. 기생충이 이번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올해 초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는데 이 부회장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영화계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이 회장ㆍ부회장 남매는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깊은 것올 유명하다.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4개 작품을 함께했다. 특히 4,000만달러가 투입된 설국열차는 해외 투자 유치가 어려웠을 때 CJ가 제작비 전액을 책임진 일화로 유명하다. 이번 기생충의 경우 이 부회장은 책임프로듀서를 직접 맡으면서 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에 따른 스케줄 진행 등 하나부터 열까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국제영화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국제영화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한편 기생충은 이날 '메인 3상' 이라고 불리는 각본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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