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뤄진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의 각본상 수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영화인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역사에 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본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감독과 ‘결혼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각본상을 품에 안았다.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시나리오 쓰기는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화면에 멋지게 옮겨준 ‘기생충’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인의 아카데미 수상은 101년 역사상 봉 감독과 한 작가가 처음이다. 아시아계 영화인의 각본상 수상도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 상을 받기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만이다.
앞서 아시아계 영화인으로는 1986년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의 파키스탄 출신 하니프 쿠레이시와 1999년 ‘식스 센스’의 인도 출신인 M. 나이트 샤말란, 2006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아이리스 야마시타, 2015년 ‘인사이드 아웃’의 필리핀계 로니 델 카르멘, 207년 ‘빅식’의 파키스탄 출신 쿠마일 난지아니가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빈손에 그쳤다.
한편, ‘기생충’은 미술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