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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흑인 병장 아이작 우더드의 전쟁(2.12)

입력
2020.02.12 04: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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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들의 집단 폭행으로 두 눈의 시력을 잃은, 1946년의 아이작 우더드와 그의 어머니. 조지아주립대 도서관 자료사진.
백인 경찰들의 집단 폭행으로 두 눈의 시력을 잃은, 1946년의 아이작 우더드와 그의 어머니. 조지아주립대 도서관 자료사진.

미 육군 노동대대 소속 군인으로 2차대전 태평양전선에 투입돼 청동훈장과 선행장, 공훈장 등을 받고 제대한 병사가 군부대를 나선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 경찰에 폭행을 당해 두 눈의 시력을 잃고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뇌 손상을 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1946년 2월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베이츠버그(현 Batesburg-Leesvlle)에서 흑인 예비역 병장 아이작 우더드(Isaac Woodard, 1919~1992)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우더드는 1942년 10월 입대했다. 그의 보직은 노동대대 하역병, 즉 상륙전에 탄약 등 군수품을 싣고 가서 부리는 거였다. 그 보직도 인종 차별의 한 예였지만, 그는 포화 속에서도 그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참전메달을 포함해 4개의 훈장을 받고 조지아주 캠프 고든에서 사건 당일 아침 명예 제대했다.

가족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행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군복 차림으로 오른 그는 도중에 버스 기사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휴게소에 잠시 멈춰 달라고 청했다. 예정에 없던 정차에 짜증이 난 기사는 그와 말다툼을 벌였고, 버스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베이츠버그에 닿자마자 지역 경찰서에 ‘검둥이가 말썽을 부린다’며 신고했다. 경찰서장 린우드 슐(Lynwood Shull)을 비롯한 백인 경관들은 우더드를 연행, 경찰봉과 주먹으로 집중 구타한 뒤 ‘풍기 문란(버스에서 맥주를 마신 혐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50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약 3주 뒤 가족의 실종신고 끝에 한 병원에서 발견돼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조국을 위한 전쟁보다 조국의 차별이 그에겐 더 가혹했다.

그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이 공론화했고, 당시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연방 차원의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슐 등 경찰은 기소돼 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백인 배심원단은 무죄를 평결했다. 직후 트루먼은 대통령 직속 인권위원회를 설립했고, 이듬해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NAACP 행사에 참석, “우리는 모든 미국인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모든 미국인이란, 말 그대로 모든 미국인이다”라고 연설했다.

2019년 2월 미국참전부상군인회는 우더드에 대한 인종적 불의를 기억하자는 취지의 명패를 점자를 병기해 제작, 엣 베이츠버그 경찰서 인근 거리에 세웠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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