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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 “자국 우선주의는 해법 아니야…유럽연합 힘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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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 “자국 우선주의는 해법 아니야…유럽연합 힘 키워야”

입력
2020.02.1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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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사피엔자 대학 풀코 란체스터 교수 인터뷰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의 풀코 란체스터 정치학과 교수가 본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이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하며 파랗게 표시된 중국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지용 기자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의 풀코 란체스터 정치학과 교수가 본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이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하며 파랗게 표시된 중국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지용 기자

“한때 유럽이 전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축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다. 유럽의 정치ㆍ경제적 힘이 쇠약해지면서 포퓰리즘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에서 만난 풀코 란체스터 정치학과 교수는 유럽과 이탈리아에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과 극우정당이 힘을 얻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에서 태평양으로 ‘힘의 이동’이 나타나며 이탈리아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탈리아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유럽연합(EU) 체제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포퓰리스트들은 오히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며 “이탈리아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_이탈리아의 현재 정치 상황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냉전이 종식됐다. 이후 이탈리아의 견고했던 양당 체제도 붕괴됐다. 다양화된 시대에 거대 양당 체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 보수 성향의 여러 정당이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했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유럽을 덮친 후 이탈리아의 정치는 또 한번 급변했다. 현재는 민주당, 포퓰리즘정당인 오성운동, 극우정당인 동맹이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_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당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인가?

”1, 2차 세계대전 시기 전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축은 유럽이었다. 이후 미국 중심의 대서양으로 옮겨갔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 속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세계의 중심축이다. 실제 최근 25년 사이 (미국 달러로 환산한)유럽 국내총생산(GDP)은 8%나 하락했다. 유럽이 정치적, 경제적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럽의 중산층이 무너졌고, 중산층이 지지하던 기성정당도 쇠약해졌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도 기성정당의 위기와 포퓰리즘 득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_이탈리아가 겪는 정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유일한 방법은 유럽연합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에 맞설 수 있도록 유럽의 몸집을 키우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연합주의자’들은 나와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노동자, 은퇴한 국민, 무너진 중산층 계급은 당장 삶의 안정을 바란다. 경제가 어렵고 정치는 불안정하니 단기적 처방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 보장’ ‘세금 감면’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오성운동이나 동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유럽연합으로부터 독립해주권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이탈리아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_동맹 등 극우정당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극우 정치인은 국내 문제의 원인을 국외 이슈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바깥의 적을 상정해 내부를 뭉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영국의 ‘브리튼 퍼스트’,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퍼스트’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와 비교하면 너무 작다.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동맹의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스트롱맨 리더십’을 추구한다. 만약 그가 제1 정당이 된다면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더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로마(이탈리아)=글ㆍ사진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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