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9일 애틋한 장면이 포착됐다. 1인실 격리 열흘째인 이날 오후 4시께 교민들이 발코니 분리대를 사이에 두고 서로 과자상자를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를 탈출해 임시생활시설에 입소한 교민들은 그동안 감염에 대한 두려움, 격리 해제 이후의 불안감 등과 싸워 왔다. 의료진을 제외하고 대면 접촉이 불가능한 1인실 격리로 인해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적막감은 날로 더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치 ‘007작전’처럼 옆 방과 소통하는 모습은 더없이 짠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강한 데다, 타인과의 접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1인실 격리 중임을 감안할 때 교민들간의 이 같은 임의적 소통이 감염 확산 가능성을 키울 우려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귀국 후 열흘이나 지났지만 바이러스 발원지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만큼 교민들 중 확진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흘, 또는 닷새 정도의 격리 기간이 더 남은 만큼 보다 철저한 격리 수칙 준수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임시생활시설 주변 경비를 맡은 경찰은 이날 “수용 초기만 해도 간혹 발코니를 서성이거나 창문을 통해 밖을 응시하는 교민들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외부에서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지켜본 3시간여 동안 촬영된 교민들 외에 발코니로 나오거나 창가를 서성이는 교민은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진천=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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