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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구 49곳 중 32곳이 ‘노년층 우세’… 與에 불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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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구 49곳 중 32곳이 ‘노년층 우세’… 與에 불리해졌다

입력
2020.02.1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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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122곳 인구구조 변화 분석] 

 집값 올라 2040 脫서울… 인천ㆍ경기 구도심 고령화, 신도시 연소화 

 수도권 84곳이 노인 늘고 청년 줄어… 4ㆍ15 총선 중대 변수로 

60대 이상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진 서울 '그레이 보터' 지역구. 그래픽=강준구 기자
60대 이상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진 서울 '그레이 보터' 지역구.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유권자들의 고령화가 21대 총선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9일 한국일보가 20대 총선 이후 유권자 인구 지형 변화를 분석한 결과, 4년 전보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늘고 20~40대 유권자는 감소한 수도권 지역구는 전체 122곳 중 8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토대로 수도권의 지역구별 인구 구조를 20대 총선(2016년 4월 실시) 때와 비교한 결과다.

60대 이상 유권자 증가 인원과 20~40 유권자 감소 인원의 절대값을 합한 숫자가 1만명 이상인 수도권 지역구는 62곳에 달했다. ‘60대 이상 = 보수 성향, 20~40대 = 진보 성향’이라는 대체적 기준을 대입해 보면, 지난 총선 대비 보수 성향 표가 1만 표 가량 늘어난 지역이 수도권에서만 62곳이라는 얘기다.

특히 서울의 유권자 고령화가 두드러졌다. 치솟는 집값을 견디지 못한 20~40대는 서울을 이탈하고, 전체 인구 고령화에 따라 60대 이상 서울 거주자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때마다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여야의 수도권 승부에서 ‘실버 표심’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보수 통합이 성사되고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으면 고령층이 급속도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의 연령대만 따지면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지난 4년간 ‘구도심 고령화’와 ‘젊은 층의 신도시 유입’이 동시에 진행된 인천ㆍ경기에선 유권자 고령화 추세가 서울보다 덜 가팔랐다. 인천ㆍ경기에서 60대 이상 유권자는 늘고 20~40대 유권자는 감소한 지역구는 73곳 중 41곳이었다. 서울(49곳 중 43곳)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표밭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4년 전보다 고령화한 서울 

서울의 60대 이상 유권자는 지역구 49곳 전체에서 2016년 4월보다 증가했다. 반면 20~40대 유권자는 43곳에서 감소했다. 전체 유권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20%를 넘는 곳도 44곳이나 됐다. 20대 총선(14곳)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서울 유권자 5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인 셈이다.

60대 이상의 증가폭과 20~40대의 감소폭의 차이가 1만명 이상인 ‘그레이 보터(grey voter) 지역구’(고령층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역구)는 서울에서 32곳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60대 이상은 7,000명 증가하고, 20~40대 유권자는 1만5,000명 감소한 양천을을 예로 들면, 2만 2,000표에서 ‘표의 고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서울의 그레이 보터 지역구 중 19, 20대 총선에서 연달아 5,000표 미만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곳은 동대문갑, 노원갑, 영등포을, 강동갑, 양천을 등 5곳이었다. 당선 득표차보다 더 큰 폭으로 인구 구성이 변한 것이다. 송파을은 20~40 세대 유권자 증감폭(+1만7,000명)이 60대 이상 증감폭(+1만300명)을 웃돈 유일한 서울 지역구로 조사됐다. 초대형 아파트 단지인 ‘헬리오 시티(9,510가구)’ 입주 영향으로 풀이된다.

2040 유권자와 60대이상 유권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2040 유권자와 60대이상 유권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더디게 나이 드는 인천ㆍ경기 

인천ㆍ경기의 경우 구도심 지역구는 나이 들고, 신도시가 조성되는 지역구는 젊어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고령화 경향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역구 73곳 중 그레이 보터 지역은 40곳이었다. 인천은 구도심 내 젊은 세대가 청라국제신도시, 송도국제도시 등으로 빠져나가며 13곳 중 10곳이 고령화됐다. 성남ㆍ고양ㆍ부천ㆍ안양ㆍ군포 등 1990년대 초반 개발된 1기 신도시 지역도 고령화가 두드러졌다.

신도시 개발로 젊어진 지역구는 16곳이었다. 동탄 1ㆍ2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을은 20~40 세대가 4년 전보다 7만9,000명 늘어 20~40 세대 비중이 전체 유권자의 53%에 달했다. 송도가 있는 인천 연수을도 20~40 세대가 2만 5,000명 증가했다. 수원정(광교신도시) 하남시(위례+미사) 김포을(한강) 평택을(고덕국제) 시흥갑ㆍ을(배곧ㆍ목감) 등 신도시 변수가 작용한 지역구에선 거의 예외 없이 20~40 세대의 영향력이 커졌다. 야권 관계자는 “접경지역 김포는 보수세가 강했지만 서울과 접한 김포갑에 신도시가 들어서며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며 “뒤이어 김포을마저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진보 성향이 강해졌다”고 했다.

지난 2016년 4월13일 20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다양한 나이 대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6년 4월13일 20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다양한 나이 대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는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고령화, 민주당에 불리할까? 

전문가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고령화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본보가 15~19대(1997~2017년) 대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 원자료를 바탕으로 세대별 정치 성향(투표후보ㆍ선호정당ㆍ이념)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60대 이상 중 △전쟁세대(1942년 이전 출생) △산업화 세대(1942~1951년 출생) △유신세대(1952~1959년 출생)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화됐다. 현재 60대인 유신세대의 보수 정당 후보 지지율은 15~17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보수 정당 후보 지지율보다 공히 7~10%포인트 높았다. 이들이 50대에 진입한 18, 19대 대선에선 같은 격차가 2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20~ 40세대인 △IMF세대(1970~1978년 출생) △월드컵세대(1979~1987년 출생) △촛불세대(1988~1993년 출생)는 정반대였다. 역대 대선에서 이들의 보수 정당 후보 지지율은 전체 유권자보다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촛불세대는 이 격차가 18대(-20%) 19대(-26%)에 달했다. 20~40 세대는 대선 당시 사회의 전반적인 ‘바람’과 관계 없이 일관적으로 진보적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 50대는 지난 5번의 대선에서 예외 없이 전체 유권자와 비슷한 표심을 보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2040 진보, 50대 스윙보터, 60대 이상 보수’ 경향이 확인됐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정치분석실장은 “서울 인구 변화는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며 “실제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6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낮다”고 했다. 실제 인구 고령화와 세대투표의 위력은 18대 대선 때 이미 입증됐다. 당시 20~40 세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50~60 세대는 박근혜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득표차는 약 108만표.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당시 고령화 변수(5060 인구 급증)를 배제하고 시뮬레이션 한 결과, 문 후보의 132만표차 승리로 분석됐다.

반면 인구 지형의 변화가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60대=보수’라고 단순하게 보긴 어렵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 당시 ‘넥타이 부대’로 참여했던 현재 60대 초반 유권자들은 과거 60대보다 성향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시위를 통해 5060 세대가 재(再)사회화를 겪으며 세대적 동질성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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