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 사람은 오바마가 아냐” 샌더스 “억만장자들 후원 받아” 견제구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현지시간 11일)가 임박하면서 유력 후보들 간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지난 3일 첫 승부처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깜짝 1위에 오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을 겨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견제 수위가 한껏 높아졌다.
1라운드에서 체면을 구긴 바이든 전 부통령은 8일 뉴햄프셔주(州) 맨체스터 유세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 사람(부티지지)은 버락 오바마가 아니다”면서 “지방도시 시장 이상을 경험한 적이 없는 대선후보를 선출하면 민주당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인 오바마’의 초반 돌풍을 차단하기 위해 부티지지 전 시장의 일천한 정치 경험을 공격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 이튿날 공개한 90초짜리 동영상 광고에서도 부티지지 전 시장의 경험 부족을 부각시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 재직 당시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 케어’ 법안을 통과시켜 2,000만명에게 혜택을 줬다는 자신의 경력 소개 바로 뒤에 “부티지지 전 시장은 사우스벤드의 다리 밑에 조명을 설치했다”는 내레이션을 넣는 식이었다.
이에 부티지지 전 시장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워싱턴의 경험에 의해 타락하지 않았다는 게 내 이력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반박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 부족을 지적한 데 대해선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들의 의견을 워싱턴이 외면하기 때문에 내가 나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0.1%포인트 차이로 선두를 내 준 샌더스 의원도 유세 현장에서 후원금을 고리로 부티지지 전 시장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는 “10명이 넘는 억만장자가 부티지지 캠프를 후원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치 변화는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서 거액을 받는 누군가로부터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는 자신과 다른 부류라고 비판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또 2016년 경선 당시 아웃사이더였던 자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압승을 계기로 주류 후보로 떠올랐던 성공담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샌더스 의원이 다소 앞선 가운데 부티지지 전 시장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뉴햄프셔대와 CNN방송이 4~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28%의 지지율로 1위였고, 1라운드에서 기염을 토한 부티지지 전 시장(21%)이 2위에 올랐다.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11%),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9%) 순이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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