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매출 40%↓ 고용 타격… 하청 中企, 中부품 차질에 도산 공포
정부 정책지원 단기→장기 전환, 개소세ㆍ법인세 인하ㆍ추경 등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일자리와 중소기업 경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최근과 같은 소비, 생산 분야의 ‘복합 마비’ 사태가 좀 더 이어지면 내수는 물론 수출, 산업현장 등 우리 경제 곳곳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비교적 단기에 끝나더라도, 피해 여파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보다 훨씬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정책지원의 초점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고 있다.
◇‘음식ㆍ숙박’ 고용 직격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로 국내 유동인구가 급감하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숙박, 음식점, 도ㆍ소매점 등 서민 업종 관련 일자리가 우선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 성신여대 인근의 한 개업 식당 사장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에 행인조차 사라졌다. 2월 1일로 잡았던 개업을 한 달 미루고 월세 300만원만 날리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명동 지역 한 상인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이 영업을 중지하면서 사실상 명동도 죽은 상권이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감염증 확산 후 이들 업종 매출은 평소보다 30~40% 급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메르스 때보다 공포심이 더 큰 것 같아 상황이 더 안 좋다”고 전했다.
실제 2015년 6월 소매판매는 메르스 충격으로 4년 4개월 만에 최대폭(전월 대비 -3.7%)으로 감소했다. 같은해 상반기 취업자수는 전년보다 44% 급감했는데, 특히 2015년 자영업자는 9만8,000명, 영세 자영업자로 불리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6,000명이나 줄었다.
이는 모두 지난해 고용증가(연간 30만1,000명)의 20%를 차지했던 음식ㆍ숙박업종 취업자(+6만1,000명)에게 우선적인 악영향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하청 중소기업 ‘올스톱’ 위기
중소기업들은 중국발 부품 차질에 생존의 공포를 겪고 있다. 다수의 하청업체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완제품 업체가 공정을 멈추면 덩달아 일을 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 7일부터 국내공장 가동을 중단하자 현대차에 범퍼를 납품하던 업체들도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가 밝힌 ‘12일 공장 재가동’도 여전히 중국산 부품 공급에 달린 상태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 되면 5,000곳 넘는 현대차 하청 업체 모두가 생산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 원자재 부품을 수입해 국내 대기업에 조립ㆍ납품하는 전자 중소기업도 지난달 이후 계속 가동 중단 상태다. 한 중기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휴업이 지속되면 납품 지연으로 당장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상찮은 상황에 국내 대기업들은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협력사에 2조 6,000억원과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정부 “장기 대책 고심”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주로 무역에 악영향을 준 사스, 내수에 타격을 입힌 메르스 때를 넘어 이번 사태가 제조업 공급망과 내수에 이중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5%였던 올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까지 크게 낮췄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사태 악화 시 올해 성장률이 1.8%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경제 파장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대책의 초점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데다, 중국 경제가 상승기에 있던 2003년 사스 때와 반대로 최근 중국 경제가 하락세에 놓인 점도 주요 우려 대상이다.
그간 세제, 통관, 금융 등 분야별 단기 지원 대책에 집중했던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수출 지원과 여행ㆍ항공 등 피해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시작으로 중장기 대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장기 종합 대책에는 개별소비세, 피해기업 법인세 한시 인하 등 추가 세제지원은 물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카드가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성장률이 하락하는 시점에 신종코로나 악재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장기 관점에 초점을 맞춘 종합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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