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찾아“과거 총리들과는 다르게 현장서 진두지휘”
사직동 재개발 현장 주민 입장 경청 ‘정책 선거’ 의지
9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경로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공 들여 설명했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해 조심해야 하지만, 얼마 안가 안정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불안을 달래기도 했다. 총리 시절 각 부처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재난ㆍ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 가곤 했던 ‘꼼꼼 행정가’의 면모를 최대한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현장을 ‘조용히’ 다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뒤 성사된 ‘종로 빅매치’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안핬다. 이 전 총리는 사직동의 최대 현안인 ‘사직동 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입장을 경청하며 ‘정책 선거’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사직동 2구역 재개발 현장은 개발을 원하는 조합과 역사적 가치를 보전하려는 서울시의 의견 차가 커 갈등을 빚어 온 곳이다.
이 전 총리는 조합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은 뒤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상태로 방치해 놓고 가면 안 된다. 행정적 수요를 충족하면서 가는 지혜를 짜 보겠다”고 설득했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에 대한 언급은 삼갔지만, 일종의 ‘차별화 전략’으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 전 총리는 “4ㆍ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며 “다른 후보들과도 그것을 위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앞세운 ‘정권 심판론’을 ‘과거 프레임’에 묶어 두려는 전략이었다.
이 전 총리는 대선선주자 급의 지역 공약도 발표했다.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 △교통이 원활한 종로를 위한 용산-고양 삼송 구간의 신분당선 연장 추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로 발전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의 재추진 등을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일을 제대로 해봤다”며 “지난 2년 7개월 13일 동안 총리로 일하면서 과거의 총리들과는 꽤 다르게 현장ㆍ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총리 출신인 황 대표와 스스로는 ‘다른 총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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