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中당국 발표 신뢰 안해… 무증상 감염도 “정의 자체 애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무증상ㆍ에어로졸(공기 중 입자) 전파 가능성에 대해 우리 보건당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특정한 상황에서의 공기 전파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신종을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한) 비말전파가 주된 감염경로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지역사회에서의 공기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는 것이고 질병관리본부의 의견도 그렇다”고 일축했다.
이는 앞서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가 비말이나 접촉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인 에어로졸 형태로도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거리가 있다. 중국 상하이시 민정국 청췬(曾群) 부국장은 8일 “현재 확정적인 신종 코로나 감염 주요경로는 직접 전파, 에어로졸 전파, 접촉을 통한 전파”라고 밝히면서 공기를 통한 전파를 기정사실화 했다.
다만 정 본부장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물게 환자가 인공호흡기 처치를 받았다거나 아니면 다른 호흡기 시술을 받았다는 병원 내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에어로졸 전파를 통한)발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로 이번 신종 코로나 확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당국은 증상이 없는 잠복기 때의 전파 가능성에도 미온적인 입장이다. 무증상이라는 게 환자 개인의 주관적 감각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정 본부장은 “무증상이라는 정의 자체가 애매해 ‘무증상 감염이다’라고 누구도 명확하게 얘기하기 어렵다”며 “나중에 (역학조사를 해)보면 경미하게라도 증상이 있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ㆍ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배경에는 중국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전혀 발견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내용을 중국 당국만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근거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라며 “학계에서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보는 내용을 중국 당국이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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