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백화점ㆍ아웃렛 등의 매장 관리자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신발 수입ㆍ판매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A사는 전국 40여곳의 매장 관리자와 위탁판매계약을 맺었다. 이들에게 매달 매장 유지 지원금을 주고,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수수료율은 계약 갱신 과정에서 변경되곤 했다.
A사는 2017년 부산 지역 매장 관리자 B씨와 수수료율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생기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B씨는 “부당 해고”라며 노동당국에 구제신청을 냈다. 당국도 B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사는 “B씨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국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B씨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근로자가 맞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자성 인정 기준으로 “계약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B씨가 업무수행과정에서 A사의 지휘ㆍ감독을 받았는지, 근무 시간ㆍ장소에 구속을 받았는지 등을 살폈다.
심리 결과 재판부는 “B씨가 웹사이트와 단체채팅방으로 매장 관리 상황과 출결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며 B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매달 고정적으로 받았던 매장 유지지원금도 일종의 기본급으로 봤다. 단,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를 두고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계약기간 만료, 수수료 조정 부결’ 등은 정당한 해고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B씨가 부정판매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