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에 금융당국의 또 다른 징계가 더해질 지 주목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8년 10~11월 이뤄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의 정보기술(IT) 부문검사 결과 조치를 제재심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자체 검사를 통해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ㆍ모바일뱅킹 휴면계좌 2만3,000여건의 비밀번호를 몰래 바꿔 활성계좌로 전환한 사실을 적발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비밀번호 변경으로 휴면계좌가 활성화하면 신규 고객을 유치한 것처럼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제재심이 열리는 시기다. 최근 우리금융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체제를 이어가겠다며 금융당국에 ‘반기’를 든 상황에서, 제재심이 오는 3월2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 전에 열린다면 손 회장에게 두 배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대기중인 안건이 많아 당장 비밀번호 도용 안건을 제재심에 올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검사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재심을 열기 위해서는 안건심의위 등을 거쳐야 하고 외부 법률자문 등 절차도 필요한 만큼 내달 24일 전에 제재심 논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DLF 사태처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번질 지도 관심사다. 지배구조법을 적용할 경우 CEO 책임론이 재부각되면서 손 회장의 연임에 다시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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