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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성소수자 혐오발언 처벌법’ 국민투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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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성소수자 혐오발언 처벌법’ 국민투표 통과

입력
2020.02.09 23:00
수정
2020.02.10 01:05
18면
0 0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63% 찬성

폴란드 보수 성향 주간지에서 발행한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ㆍ트랜스젠더)-프리 존"이라 적힌 스티커를 누군가가 들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보수 성향 주간지에서 발행한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ㆍ트랜스젠더)-프리 존"이라 적힌 스티커를 누군가가 들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49개국 중 23위.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유럽 국가들의 성소수자 인권보호 지수를 평가한 결과 스위스가 받아 든 성적표는 중간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이런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스위스에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쯤 전체 26개 칸톤(州) 가운데 25개 칸톤에서 반(反)인종차별법 개정안 법제화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개표를 완료한 결과, 63%가 개정 법안에 찬성했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개정 법안은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근거로 한 혐오나 차별을 처벌하는 게 골자다. 스위스는 이미 인종과 민족,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국민투표는 1995년 제정된 이 법안의 적용 범위를 성적 지향으로까지 넓히는 데 대해 국민적 동의 여부를 물은 것이다. 국회에선 이미 2018년 말에 통과됐지만, 보수 종교단체들을 의식한 극우성향 국민당의 요구로 결국 국민투표 절차를 밟았다. 스위스에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도 10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 찬성이 있어야 법안이 최종 확정된다.

찬성 측은 새 법안을 통해 현재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위스 성소수자 전화상담서비스단체에서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일주일에 2회 이상 혐오와 차별을 경험한다. 또 66%의 레즈비언과 80%의 게이가 목숨을 위협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ㆍ오스트리아ㆍ덴마크ㆍ네덜란드 등이 이미 관련법을 제정한 사실도 찬성론에 힘을 보탰다.

반면 표현의 자유와 제도의 효용성을 문제 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마르크 프루 연방민주협회 대변인은 “의견 개진만으로 처벌받는 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자유로운 토론으로 합의점을 찾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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