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에 멈췄던 중국 내 한국 공장들이 춘절 연휴가 끝나는 10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그러나 공장 문을 연다 해도 곧바로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생산 차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9일 부품업계와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따르면 와이어링 하네스(차량 내 배선뭉치 부품) 생산 핵심 거점인 중국 산둥(山東)성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부품 공장 가동을 최근 승인했다. 승인을 받은 업체들은 이르면 10일 본격 가동에 앞서 공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비롯한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멈춰선 국내 자동차 공장도 순차적으로 재가동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11일 팰리세이드와 GV80을 생산하는 울산공장을, 기아차는 같은 날 K 시리즈 등을 만드는 화성공장을 각각 먼저 연다. 다만 이들 회사의 중국법인 공장은 방역과 라인 점검을 마치고 17일부터 다시 운영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부 라인의 가동을 멈췄던 쑤저우(蘇州) 액정표시장치(LCD) 공장과 둥관(東莞) 모듈 공장을, LG디스플레이는 가동 중단했던 옌타이(煙台)와 난징(南京) 모듈 공장을 각각 10일부터 정상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LG화학 난징 배터리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滄州) 배터리 공장도 같은 날 재가동한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당장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춘절 연휴가 막 끝난 터라 공장 복귀가 늦거나 감염 등을 우려해 아예 돌아오지 않는 현지 근로자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지방은 타 지역에서 돌아온 근로자에 대해 최장 2주간 자가 격리를 명령해 인력 차질이 한층 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방정부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공장 가동의 조건으로 △하루 2회 공장 방역 △1주일 치 마스크 보유 △일정 수량 이상 손 소독제 확보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이를 충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산둥성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보낸 마스크 1만개가 국내 자동차 부품 공장에 전달된 걸 확인한 뒤에야 가동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쑤저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A업체 사장은 “모든 직원을 당장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 없고 지방정부의 방역 지침도 한번에 다 맞출 수 없다”며 “이달 말까지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각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공장 재가동의 조건으로 방역 강화를 내걸고 있는 만큼 정부는 당분간 구호물자 공급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국내 중소기업이 진출한 중국 전역에 구호물자를 배송할 수 있도록 중국 민간 물류업체 두 군데와 계약을 했다. 또 외교부와 협업해 외교행랑도 물자 배송에 활용할 방침이다.
중국에서 제품이 생산되더라도 공항이나 항만까지 수송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중국에서 부품을 공급 받는 국내 공장의 정상 가동도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11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공장을 돌려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공장별 가동 시점은 중국 현지 부품 수급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12일까지, 르노삼성차는 14일까지 휴업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이 문제다. 반도체의 경우 춘절 연휴 중 일부 라인의 공장을 계속 돌렸고 현지 부품 의존도도 낮아 당장 타격은 적지만 최대 수요처인 중국 경기가 가라앉으면 근본적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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