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당선된 급진 성향의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이 최근 경찰 폭행범에 대한 기소를 미루자 경찰이 집단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흑인 등 유색인종이 대거 수감되는 미국의 형사ㆍ사법시스템 개혁을 주장해온 급진적 활동가가 지방검사장이 되면서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 선거에 당선된 체사 부딘(40)이다. 그는 부모가 과거 극좌단체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멤버여서 당선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이 단체는 1970년대 베트남전쟁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폭력ㆍ급진화한 뒤 미국 제국주의 타도를 기치로 내세워 폭력혁명을 추구했다. 부딘이 14개월 갓난아이였던 1981년 그의 부모는 경찰관 2명과 경비원 1명이 숨진 ‘브링크스은행 차량 강도 사건’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살인 혐의 등으로 각각 75년형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부딘은 이 단체의 설립자에게 입양됐다. 모친은 2003년 출옥했으나 부친은 여전히 수감중인 상태다. 부딘은 청년 시절 베네수엘라의 휴고 차베스 정부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등 10여년간 남미에서 생활하다가 2012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이력으로 인해 그의 출마 당시 지역 경찰단체들은 60만달러(약 7억1,60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하며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테러범의 아들”이라며 낙선운동을 폈다. 부딘은 오히려 자신의 가족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형사ㆍ사법당국의 비인간적인 ‘사회적 약자 대량 수감’ 문제 개혁의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실제 미국 내 수감자는 2016년 기준 220만명 가량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특히 이 가운데 38%가 흑인이어서 제도 개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부딘은 공약대로 취임 후 중죄에 해당할 경우에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제한하고 현금 보석 제도도 폐지하는 등의 개혁에 착수했다.
그의 개혁 작업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생한 경찰 폭행 사건 처리를 두고 경찰 측과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았다. 당시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검거하려던 노숙자가 술병을 휘두르자 세 차례 총을 발사했고 결국 이 노숙자는 왼쪽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부딘 검사장은 이 노숙자를 즉각 기소하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한 채 총기 발사 경관부터 조사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경찰협회는 “부딘이 범죄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부딘의 실수’라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여론전에 나섰고, 지방 경찰협회 연합체인 공공안전연맹도 최근 월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부딘 때문에 법 집행이 위험에 처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부딘은 그러나 8일(현지시간) USA 투데이 인터뷰에서 경찰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경찰을 공격한 사람을 기소하는 건 맞지만 경찰도 법 위에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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