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거둔 후원금이 남았다면 나머지 금액은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 오권철)는 얼굴에 거대한 혹이 생기는 신경섬유종을 앓다가 사망한 고(故) 심현희씨의 유족이 밀알복지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단이 유족에게 7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심씨가 같은 병을 앓는 어머니의 간호를 받는 등 힘겨운 투병하고 있는 사정이 알려진 건 2016년. SBS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심씨의 어려운 상황이 소개됐고, 방송직후 SBS가 심씨를 위해 진행한 모금에서 나흘 동안 10억여원의 큰 돈이 모였다. SBS는 이후 재단에 후원금 사용을 위탁했다.
그러나 2018년 심씨가 재활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하자 후원금 분쟁이 발생했다. 재단 측은 의료비ㆍ의료보조비ㆍ간병비로 책정돼 있던 금액 중 잔액 7억5,000만원으로 ‘심현희 소망펀드(가칭)’를 만들어 같은 병을 앓는 저소득층 환자를 돕는 공익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은 동의하지 않았고 남은 모금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선 “SBS는 심씨 가족을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재단과 묵시적으로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단이 ‘후원금은 오로지 심씨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수 차례 밝힌 사실을 들어 “도의적 약속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남은 금액을 유족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심씨 사망 이후 후원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분쟁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유족과 재단, SBS의 책임을 물었다. 그 중 SBS에 대해서는 “후원금에 대한 분쟁 방지 및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책임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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