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북한 전문가 인터뷰
북한 정권이 국경 봉쇄 등 신종 코로나바이어스에 대한 강력 방역을 선언했지만, 실상은 수도 평양을 지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북한 출신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그는 또 북한의 열악한 방역체계를 감안하면, 이미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진의대 임상의학부를 졸업한 뒤 청진 철도국 위생방역소에서 전염병 대응을 전담했던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8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염병 방역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문제는 작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전염병 사례 때도 중앙부터 하부 말단까지, 김정은의 방침이나 보건성 지시문 등 각종 방침이 하달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격리부터 시작해 모든 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12년 탈북했으며 북한 전염병 관련 논문(감염병으로 본 북한 보건의료체제 실태 연구) 등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인터뷰에서 “전염병이 제어되지 않고 상당히 긴 기간 동안 확산되다가 겨울에 확산됐던 전염병이 봄에 따뜻해지면서 자연적으로 수그러드는, 그렇게 진압되는 양상을 보여왔으며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북한의 방역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이유로, 평양 위주의 사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염병 투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목적이 다르다. 한국이나 미국 등 전 세계 정상국가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심에 놓고 전염병 대응을 하지만, 북한에서는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가 최우선 목적이다. 다시 말해 전염병이 발생하면 평양만 완전히 격리시키고 평양으로 향하는 모든 철도와 육로를 봉쇄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물자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감염병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위에서는 자꾸 대처하라 대응하라 막아라 하는데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해야 하는데 진단 시약도 없고, 설사 진단을 내리고 확진을 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특히 진단 시약은 물론 폐렴에 대해 치료 약물도 국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상황을 그저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게 의사들로서 가장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북한은 감염병 발병을 국가적 수치로 여기며, 이 때문에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전염병이 북한 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국내외에 발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북한 당국은 전염병 등을 ‘우월한 사회주의 예방의학, 주체의학이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북한에서 발생했다는 자체를 체제 유지와 연결시켜 외부에 공표하기를 꺼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에 신종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를 지원 받을 경우 방역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24시간 내지 이틀 걸려야 확진을 했는데, 이번에 한국에서 6시간 만에 확진할 수 있는 키트가 나왔다. 한국의 대응이 빠른 게 사실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체제 유지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렇게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건강 차원에서 의학 과학이라든가 기술 발전에 실제로 신경을 썼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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