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대 섰던 육군 중령 등 3명 인사 조치
미국 하원의 탄핵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한 육군 중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쫓겨났다. 탄핵 핵심 의제였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대가성을 입증하는 진술을 했던 고든 선들랜드 주 유럽연합(EU) 미 대사 역시 해고됐다.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폭탄 증언을 한 내부 인사들을 축출, 내부 다지기를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NSC 파견 근무 중이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NSC에서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빈드먼 중령의 변호사는 이날 “모든 미국인의 마음에 이 사람(빈드먼)의 업무가 왜 끝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을 것”이라면서 “빈드먼 중령은 진실을 말했다가 떠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이번 인사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더군다나 NSC에서 변호사로 함께 일하던 그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 빈드먼 중령도 같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국방부로 재배치 될 예정이나 예브게니 빈드먼 중령은 육군 복귀 후 직책이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NSC 고위 당국자들에게 조기 파견 종료로 이달 말까지 현재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이미 뜻을 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더 빨리 그를 내보내기로 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의 거취와 관련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복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빈드먼 중령은 2018년 7월부터 NSC에 파견돼 근무해왔다. 그는 문제가 된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로, 탄핵 청문회 당시 맨처음 하원 증언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빈드먼 중령은 “해당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NSC 법률팀에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빈드먼 중령은 애국심이 넘치고 당파적 관심과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 없는 증언을 했다”고 평했다.
빈드먼 중령 다음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주요 쟁점인 대가성 여부에 관한 증언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보류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를 따른 것이며, 이는 ‘바이든 조사’와 연계돼 있다”고 진술해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다. 해당 증언을 계기로 트럼프와 밀접한 관계였던 선들랜드는 백악관에서 멀어지게 됐다.
핵심 증언자들의 연이은 인사 조치는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 여러 당국자가 하원 탄핵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할 만한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빈드만 증령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조치가 ‘소름 끼칠 정도’라고 비난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평소대로 백악관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고 “빈드만 중령은 헌법을 지키고 보고하기 위해 맹세했다”고 평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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