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약하시면 내년 초에나 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 물량도 많은데, 공장 가동까지 멈추면서 계속해서 밀리고 있어요.”
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인기 차종의 출고 ‘비상’이 걸렸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은 옵션 구성에 따라 최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 증산을 결정할 만큼 인기가 많은 ‘팰리세이드’ ‘그랜저’도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SUV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지난 7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같은날 울산4공장 41라인, 아산공장도 라인을 멈추고 휴업에 돌입했다. 가동 재개시점은 울산2공장이 11일, 울산4공장과 아산공장은 12일로 예정돼 있지만,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현대차는 생산ㆍ판매 계획에도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내수 73만2,000대, 해외 384만4,000대 등 총 457만6,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특히 제네시스 판매목표는 지난해보다 39.3% 증가한 11만6,000대에 달한다. 그 배경에는 올해 초 출시한 GV80 성장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다. GV80은 출시 당일 1만5,000대가 계약되는 등 지금까지 누적계약이 2만5,000대에 달한다. 올해 내수 판매 목표(2만4,000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당초 현대차는 GV80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어 증산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울산2공장은 현재 월간 2,000대의 GV80을 생산하고 있다. 3월부터 가동률을 높여 4,000대를 생산하고, 하반기부터는 내수 2,000대, 수출물량 2,000대로 나눠서 출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동중단으로 출고 일정에 상당부분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판매현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고객들의 출고 대기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서울 대치점 관계자는 “GV80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고객들의 연락이 몇 배는 늘었다”며 “계약 고객 대부분이 40~50대로 출고 대기에 너그러운 사람들이 많지만, 예상보다 늦어질 것에 대한 걱정과 항의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대기’로 유명했던 팰리세이드도 울산2ㆍ4공장 가동 중단으로 또 다시 출고 지연이 발생하게 됐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증산하면서 대기기간이 4~5개월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6개월 이상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만대 이상의 대기고객이 있는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최근 생산량을 2배로 늘려 출고적채를 해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번 가동 중단 여파로 고객 불만을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품 공장 재가동 시점에 따라 생산차질 피해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10일부터 공장 가동을 허락했지만, 공장마다 사정에 따라 재가동 시점이 상이한 상황이다.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은 대체 공급망을 찾아 생산을 시작했지만, 기존 공급량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재가동 시점이나 규모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축소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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