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라라리즈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스텔톤이라고 하면 환장을 하는데, 매니큐어 색 중에는 파스텔이 왜 이렇게 없는 걸까?”
8년 동안 몸담고 있던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친언니의 권유로 뷰티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문득 매니큐어 색이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매니큐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영숙(47) ㈜라라리즈 대표는 그렇게 ‘파스텔톤’에 꽂혀 2004년에 창업했고, 2005년에 6개월 만에 5억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대표는 파스텔톤 매니큐어(네일폴리쉬)의 성공을 발판 삼아 젤매니큐어와 네일스티커, 타투스티커 등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지금은 전국 규모의 유명 헤어샵체인과 유통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 13개국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 네일스티커 출시 1차 시도 실패, 2019년에 화려한 재기
파스텔톤 매니큐어에 이어 젤매니큐어에 도전한 것은 2011년이었다. 젤매니큐어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발 빠르게 젤 네일스티커를 준비했다. 시장의 변화를 예감한 까닭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네일살롱 등에 판매하는 전문가용 제품에 주력했어요. 그런데 젤매니큐어를 보니까 네일살롱이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기존의 매니큐어와 비교해 젤은 한번 바르면 한 달씩 가요. 고객들이 네일살롱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 게 뻔했죠.”
일반 소비자를 공략해야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었다. 2013년에 국내 최초로 네일스티커를 출시를 했다. 홈쇼핑 등에도 진출했다. 예상대로 네일살롱의 성장세가 점점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판매고는 올라가지 않았다. 노하우 부족을 절감하고 과감히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실패를 밑점 삼아 2018년부터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해 2019년에 품질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실패를 실패로 남겨두기 싫어 다시 도전한 거였다.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뷰티 선두주자가 목표
두 번째 도전에서 대박이 터졌다. 업그레이드한 네일스티커 덕에 전국 규모의 헤어샵 체인과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입찰에 도전했다가 1차에서 떨어졌다. 자체적으로 “품질에 치중하느라 가격대를 너무 높이 썼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얼마 후 체인에서 전화가 왔다. 입찰에서 서류 심사를 통과한 회사에 실사를 나갔다가 현실을 파악하게 된 것이었다. 공장이 없는 회사도 있었고, 입찰 통과 후에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고 단가를 높이는 회사도 있었다. 결국 재심사를 거쳐 라라리즈에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탄력을 받아 유럽 진출을 시도했다.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2018년에 네일스티커를 들고 유럽으로 갔으나 바이어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이게 뭐지?”하는 투였다. 1년을 기다려 2019년에 다시 제품을 들고 들어갔다. 이제는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 그 사이 네일스티커 유행이 유럽까지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 등 13개국 수출에 성공했다. K뷰티의 위력과 유행 파급력을 확인했다.
헤어샵 체인과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섰다. 품목은 ‘인조팁(인조 손톱)’이다. 언뜻 젤 네일스티커와 비슷하지만 원재료가 다르다. 2020년 4월에 헤어샵 체인을 통해 대형 유통기업에 납품된다. 납품이 시작되면 헤어샵 체인을 비롯해 기존의 해외 루트는 물론이고 동남아 시장도 개척할 계획이다.
“2005년 이후 하루도 느슨해질 틈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2020년은 가장 바쁜 해가 될 것 같아요. 라라리즈에 대한 해외 반응을 봤을 때, 3년 이내에 적어도 5배 이상의 성장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좌우 보지 않고 눈 딱 감고 최선을 다해 직진해볼 계획입니다. 지역 대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뷰티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겠습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