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신종 코로나 ‘반사이익’ 가능성 vs 중국 경제 위축에 따른 타격이 더 치명적

반도체 굴기 전략과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던 중국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생산중단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이 특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우한 폐렴의 근원지인 우한은 중국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초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본사와 공장이 있고,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차이나스타(CSOT), 티안마도 우한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YMTC를 통해 저가형 64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D램 양산 준비에 돌입하며 종합 반도체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꿔왔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대량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올해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추진하던 YMTC의 공상 증설마저 불투명해진 상태다.
현지 공장들의 조업 중단으로 공급이 줄면, 결국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ㆍ웨스턴디지털 등이 수혜를 입게 된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D램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에서 비켜나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지난달 13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낸드와 D램 동반 상승세를 보였는데, 공급이 부족하면 상승 효과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나올 수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주춤하다는 것은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떨어져 골머리를 앓던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한숨 돌리게 됐다. BOE, 티안마, CSOT의 LCD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못해 물량 감소에 따른 패널 가격 상승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티안마는 올 2분기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도 월 1만5,000장씩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장비 반입이 중단돼 생산 시점을 기약하기 힘들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조심스레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업체 배터리 공장 휴업은, 곧 완성차 업체에게 공급 계약을 앞둔 중국 배터리 업체에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국 의존도가 높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중국 외 세계 시장을 주력으로 해 공장도 분산돼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인 LG화학의 경우 매출의 60% 이상을 중국 외 지역에서 올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고객인 완성차 업체와 설계 단계부터 논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중국 업체가 생산 못하는 물량을 당장 우리 기업들이 공급하진 못한다”며 “다만 중국 업체들이 장기간 공장 가동을 멈춰 매출을 못 올리면 그만큼 시장에서 신뢰도가 떨어져 한국 업체에게 수주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이익보다 중국 경제 위축에 따른 타격이 훨씬 치명적이라는 반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반도체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은 줄어 호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우한 사태가 길어지면 중국의 투자 자체가 불확실해진다”며 “중국은 부품ㆍ소재 최대 수입국이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장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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