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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히려 감염확산 통로?...“선별진료소가 왜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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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히려 감염확산 통로?...“선별진료소가 왜 있는 거지”

입력
2020.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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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광주, 충청권 현지 상황… 중구난방 운영에 방문자들 분통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에 탁자 한 개와 의자가 놓여 있는 등 썰렁한 분위기다. 청주=한덕동 기자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에 탁자 한 개와 의자가 놓여 있는 등 썰렁한 분위기다. 청주=한덕동 기자

선별진료소가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연결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선별진료소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신종 코로나 차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폭주하고 있다.

7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종합병원 주 출입구 앞에 천막 형태의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일반 환자들과 같은 출입구를 사용해 완벽한 격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 동강병원 신관 응급의료센터 한켠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역시 출입구가 분리되지 않아 의심환자와 응급환자 및 보호자들과 격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 김모(48)씨는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이나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의심 증상이 있어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경우 다중과 접촉할 기회만 늘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의 경우엔 오히려 한산한 풍경이었다. 보건소 별관 주차장 한켠에 비닐 천막으로 만든 임시 시설(5㎡) 내부에는 둥근 탁자 한 개와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탁자 위엔 감염병 담당자 번호를 적은 안내문과 손 세척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을 담은 전단이 놓여 있었다. 이날 이곳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보건소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70)은 선별진료소에 대한 질문에 “일주일 전쯤 천막을 치던데,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다른 주민은 “이 추위에 안에 난로도 없는데 누가 들어가겠냐. 이용하는 사람도 없는 시설 때문에 주차 공간만 줄어들었다”고 혀를 찼다.

보건소 측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운영 중인 이곳 선별진료소는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가릴 검사 장비와 전문 인력이 없다. 때문에 검사는 못하고 상담만 받는다고 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장비가 없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을 상대로 보건 교육이나 위생수칙 안내에 집중하고 있다”며 “만약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관내 전염병 전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별진료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일반 병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내 한 병원의 선별진료소는 건물 뒤편 좁은 골목 쪽에 설치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병원 측은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센터와 연결하기 위해 건물 뒤편 응급실 쪽에 선별진료 공간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병원 이용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큰 길 쪽에 안내문이라도 설치해야지, 선별진료소가 있는지 누가 알겠냐”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가 지역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방역 최일선인 선별진료소 운영이 원칙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500개 넘는 선별진료소가 설치됐지만 운영방식을 비롯해 인력과 장비 등이 제각각이고, 상당수는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는커녕 체온측정과 문진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자체의 지시에 따라 급하게 선별진료소가 설치되면서 정확한 기준도 없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시설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광주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A씨는 병원 측의 황당한 대응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전날부터 발열 증상이 있어 신종 코로나 검사를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진단 키트가 없다며 문진만 하고 진료를 끝내서다.

병원 측은 응급실 옆에 천막을 둘러쳐 선별진료소를 만들었지만 의심환자들에 대한 흉부 X레이 촬영도 불허했다. A씨는 “의료진이 몇 마디 물어보고 검사받기를 원하는 의심환자를 큰 병원으로 전원하는 게 선별진료소 역할이냐”며 “병원 내부 감염만 막으려고 의심환자를 외부에서부터 차단하고 있다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오후 광주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개인보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진료실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7일 오후 광주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개인보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진료실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광주시내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7일 오후 3시 광주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한 시민이 들어서자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간호사가 마스크를 전달했다. 마스크를 쓰고 내부로 들어선 후 우선 증상여부 등을 묻는 문진서를 작성이 진행됐다. 이어 비접촉식 온도계로 체온을 재는 등 간단한 검진이 이뤄졌다. 그리고 여기서 진료는 끝이 났다. 아직 구청 보건소 선별진료소까지 진단키드 등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의료품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문진과 검진을 거쳐 광주시 등 상급기관에 보고한 뒤 지시를 받아 방문자에게 알려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 국민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 여부를 검사하고, 확신 시 격리치료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선 현장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일부 민간병원의 선별진료소인 경우 의심환자가 병원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공간만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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