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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코로나 검사’ 요구…가운만 걸치고 진료하는 의료진…선별진료소 운영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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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코로나 검사’ 요구…가운만 걸치고 진료하는 의료진…선별진료소 운영 우려 목소리

입력
2020.02.08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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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 지역 확산 시 증상 염려환자 쏠림 우려 

 검사 요구도 급증할 듯… 진단검사 가능하다는 보건소 ‘문진’만 

7일 오후 광주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개인보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진료실로 들어서고 있다.김종구 기자
7일 오후 광주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개인보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진료실로 들어서고 있다.김종구 기자

“할머니, 예진실에서는 열이 없는 거로 나왔는데요.”

“어젯밤 열이 났어. 겁이 나 왔지. 심장병도 있어서.”

“선생님, 괜찮겠죠. 사람들이 하도‘코로나, 코로나’하니 엄마가 겁이 나서 이러는 거예요.”

7일 오전 서울 강동구 소재 강동경희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선 노모를 달래는 딸과 의료진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선별진료소를 찾은 70대 여성은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계속해서 열이 난다며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사는 “가래가 좀 있지만 기침이나 열이 없고, 외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말하며 결국 귀가조치를 내렸다. 할머니를 진료한 이 병원 종양내과 A 교수는“기침, 가래,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이들이 선별진료소를 찾고 있는데 예진실에서 발열, 여행력 등을 조사해 별 문제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선별진료소 진료를 받겠다고 버티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역 개원가에서 발열이나 기침 증세가 있으면 선별진료소로 안내하고 있어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은 지난 4일부터 본관 앞 주차장 공간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신종 코로나가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다른 진료과보다 신종 코로나 의심ㆍ확진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호흡기ㆍ감염내과 외래는 기존 본관 1층에서 분리해, 아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관제센터로 옮겨 진료를 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역사회 차단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선별진료소와 진단검사 적용 및 실시 기관을 확대했지만 운영준비 미비와 시민들의 막무가내 진료 요구가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인들은 확진환자 증가 속도가 줄지 않고, 2‧3차 감염자가 계속 발생할 경우 준비가 충분치 않은 선별진료소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지역사회에 신종 코로나 공포가 확산될 경우 무조건 선별진료소를 찾는 이들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7일부터 의사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가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진단검사가 가능해져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선별진료소로 몰려 결국 실제 검사해야 할 환자를 놓치거나, 진단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의료기관들의 사정은 더 딱하다. 중수본은 이날 전국 124개 보건소에서 검체 채취 및 검사 의뢰가 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현장과는 온도 차가 났다. 7일 오후 광주시 동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신속키트 등 의료품이 보급되지 않아 간단한 문진과 검진만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찾은 부산 시내 한 종합병원 주 출입구 앞에 천막 형태의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일반 환자들과 같은 출입구를 사용하고 있어 바이러스 확산마저 우려된다. 울산시 동강병원 신관 응급의료센터 한쪽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역시 출입구가 분리되지 않아 의심환자와 응급환자, 보호자들이 뒤섞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시민 김모(48)씨는 “작은 병원이나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는 이날 한산한 풍경이었다. 보건소 별관 주차장에 비닐 천막으로 만들어진 임시 시설(5㎡) 내부에는 둥근 탁자와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탁자 위엔 감염병 담당자 번호를 적은 안내문, 손 세척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을 적은 전단이 놓여 있을 뿐이다. 종일 이곳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보건소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70)은 “일주일 전 천막을 치던데,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보건소 측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운영 중인 이곳 선별진료소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가릴 검사 장비와 전문 인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검사는 못하고 상담만 받는다고 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장비가 없어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을 상대로 보건 교육이나 위생수칙 안내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만약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오면 관내 전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현장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 감염내과 교수는 6일 기자 간담회에서“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병원마다 의료진 보호기준이 달라 최고 보호수준인 ‘레벨(Level)D’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보는 병원도 있지만, 기존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장갑, 고글, 마스크만 착용토록 한 병원이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 없어 레벨 C, D 단계의 보호복을 입지 않고 장갑과 마스크에만 의존한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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