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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박한희, 성전환 여대생 입학 포기에 “함께 살아나가자, 끈질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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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박한희, 성전환 여대생 입학 포기에 “함께 살아나가자, 끈질기게”

입력
2020.02.07 16:31
수정
2020.02.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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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 서재훈 기자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 서재훈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끝내 입학을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롤모델’이라 꼽은 박한희 변호사가 “당사자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의 박 변호사는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A씨의 입학포기 소식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 무수한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A씨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과 함께 어울리고 살아갈 거라는 점에서 당사자 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변희수 하사, A씨 모두 더 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지지도 이어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의 숙명여대 최종 합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교 안팎에서는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권 여대들의 21개 페미니즘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그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입학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의 입학을 환대한다는 서명운동은 시작 나흘 만인 이날 기준 700여명이 넘는 숙명여대 동문들이 참가했다.

박 변호사는 “이 흐름은 다소의 부침은 있을지라도 결코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답게 살아가며 이를 드러내는 존재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이에 맞추어 우리 사회도 변해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에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살아나갑시다. 끈질기게”라고 말을 맺었다.

6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성전환 학생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왼쪽)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오른쪽)가 나란히 붙어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성전환 학생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왼쪽)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오른쪽)가 나란히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 변호사는 래디컬(radicalㆍ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A씨의 입학을 두고 “스스로 여성성을 느낀다는 이유로 여자가 될 수 없다”면서 트랜스젠더가 성별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자신의 ‘소회’도 털어놨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저, 그리고 트랜스젠더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목소리에 정말 깊은 좌절과 괴로움을 느끼는 요즘”이라고 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면서 “상대방이 소위 ‘여성성/남성성’에 대한 어떤 기준을 잡아놓고 그에 맞춰서 너를 증명하라고 하는 요구들”을 자주 마주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입증의 요구는 병원, 법원만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며 “문제는 이러한 입증의 요구가 남이 아닌 내 스스로도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닌 그냥 망상에 빠진 사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꽤 했었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 서재훈 기자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 서재훈 기자

그런 고민들을 해결해준 것이 ‘페미니즘’이었다는 설명이다. “어떠한 절대적 여성/남성의 상은 없고 이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정말 기본적인 내용을 깨닫고서야 비로소 자기의심을 거두고 그냥 나는 나로서 살면 된다고 편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성별이분법적인 구조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면, 결국 남는 것은 나는 그러하다는 내면의 정체감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A씨의 여대 입학을 계기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중단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가타부타 말하기에 앞서 상대방이 나와 같이 복잡한 생각과 삶의 여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A씨를 비롯해 트랜스젠더들은 조롱과 모욕을 위한 가상의 캐릭터도 아니고 인터넷의 밈도 아닌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같이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논쟁과 토론은 환영하지만 모든 것은 부디 이 점에서부터 출발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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