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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짓누른 메르스의 경험… “이번에도 반복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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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짓누른 메르스의 경험… “이번에도 반복될까 걱정”

입력
2020.02.0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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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머물던 교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어난 7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머물던 교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어난 7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이봉애(63)씨는 “사스나 메르스도 겪어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찾는 손님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18년째 밍크코트를 파는 이 가게의 하루 평균 매출은 100만원 안팎.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3~4일 전부터 매출이 30만원으로 줄었다. 이씨는 “오늘은 오후 3시인 데도 개시를 못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인파가 많아 걷기조차 힘들었던 시장에는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고, 상인들도 마스크를 쓴 채 가게 안에 앉아 있을 뿐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다.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선민(71)씨는 “며칠 전 적금을 해약했는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다음 달에는 버티기 힘들어질 거 같다”며 “소상공인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도 결국 다 갚아야 할 돈이라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서민경제에 ‘곡소리’가 진동하고 있다. 어디서 바이러스에 옮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국제회의 등 대형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경제활동 전반이 빠르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으며 내수 진작에 나섰지만,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보다 더하다” 자영업자 직격탄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서민경제의 주축인 소상공인들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0여일 만에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서울 둔촌역 인근 전통시장의 빵집 사장 김모(52)씨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다”며 “10년째 빵을 파는데 지금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2015년 발발한 메르스 사태 때도 자영업자들의 충격이 가장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5월20일 이후 6월 한 달간 숙박업ㆍ외식업 생산지수는 10%, 여가 관련 서비스업 지수는 10.1% 각각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CPI)는 5월 105에서 6월 98까지 내려앉는 등 소비자들의 심리도 크게 얼어붙었다.

내수경기 위축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폐업하며 2015년 자영업자 수는 전년대비 9만8,000명(1.7%)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0년(10만6,000명ㆍ1.9%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이날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서비스업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라며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지원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 위약금 큰데… MICE 업계도 전전긍긍 

신종 코로나 여파는 중소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방역 등의 우려로 전시회 등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겪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달 개최 예정이던 전시ㆍ박람회 25개 중 11개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됐다. ‘한국판 CES’로 불리며 17~19일 개최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참여업체들은 전시품이나 비즈니스 미팅 등 사업적인 피해는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시회장인 코엑스는 천재지변으로 행사가 연기되면 위약금이 면제되지만,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잇따른 행사취소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기업 행사는 강요할 수는 없지만, 공공부문 행사는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중국과의 교류가 사스, 메르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상황이라 우리 서비스업, 특히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 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이들이 떠받치던 청년층과 노인의 고용 문제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세정 지원 대책에 이어 자금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을 앞당기거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 분야 재정 사업을 발굴하는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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