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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은중이가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 준비하라던데요?”

입력
2020.02.08 0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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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70년대생 K리거, ‘축구인생 추가시간’ 스타트

이동국이 7일 전북 완주군 소재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이 처음 들어올렸던 K리그 우승트로피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완주=김형준 기자
이동국이 7일 전북 완주군 소재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이 처음 들어올렸던 K리그 우승트로피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완주=김형준 기자

마지막 남은 70년대생 현역 K리거 이동국(41ㆍ전북)이 ‘선수인생 추가시간’을 얻어 새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 짜릿한 K리그1(1부 리그) 우승을 맛본 그의 시선은 아시아 정상을 향한다. 든든한 전북 라인업에 김보경(31) 쿠니모토 다카히로(23ㆍ일본) 등 K리그 무대서 검증된 에이스들까지 보강 돼 자신감도 한껏 높아졌다.

7일 전북 완주군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은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몸을 잘 만들었다”며 “선수와 구단, 팬들이 모두 원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둘. 또래 일반인 남성들은 ‘해가 지날 때마다 몸이 달라진다’는 하소연을 내뱉을 때지만 이동국은 “아직 훈련이나 경기를 해도 특별히 예전보다 더 힘들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며 “회복도 잘 되고 있다”며 ‘팔팔함’을 강조했다.

1998년 청소년대표 시절의 이동국(오른쪽)과 김은중.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청소년대표 시절의 이동국(오른쪽)과 김은중.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와 함께 성장한 동갑내기 김은중 올림픽대표팀 코치, 박동혁 충남아산FC 감독 등 지도자의 길을 걷는 동기들의 부러움도 한 몸에 받는다. 지난해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용대가 선수생활을 접으며 마지막 남은 70년대생 K리거가 된 이동국은 “은중이가 도쿄올림픽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추천할 테니 준비하라더라”며 웃었다. 그는 “내가 도쿄에 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내심 새 시즌을 준비하는 자신을 향한 절친의 응원이 기분 좋은 듯하다.

이동국이 7일 전북 완주군 소재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엠블럼 장식물에 기댄 채 미소짓고 있다. 완주=김형준 기자
이동국이 7일 전북 완주군 소재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엠블럼 장식물에 기댄 채 미소짓고 있다. 완주=김형준 기자

실제 팀에서도 이동국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지난 시즌 K리그1 33경기에 출전해 9골 2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증명한 이동국은 올해도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전북 입장에선 꼭 필요한 공격자원이다. 이동국은 “나는 더 물러날 곳이 없는 선수”라며 “그런 선수가 더 무서운 것 아닌가”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면서 “형이 잘 뛰어야 우리도 오래 뛸 수 있다며 응원해주는 동생들이 많다”면서 “40대 초반까지 충분히 잘 뛸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팀 분위기도 최고다. 지난 시즌 우승 기억을 품고 있는 선수들은 올해 더 큰 자신감으로 무장했단다. 전북은 지난 시즌 K리그 최종전에서 강원에 승리를 거두며 같은 시간 포항에 진 울산을 앞서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이동국은 “강원에 1-0으로 앞서던 후반 20분쯤 코너킥을 차러 가는데 홈 팬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내셨다. 그때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단 걸 직감했다”며 “경기 끝날 때까지 온몸에 소름이 돋아있었다”며 그 날을 떠올렸다.

2019 K리그1 우승팀인 전북 현대의 주장 이동국이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달 7일 전북과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9 K리그1 우승팀인 전북 현대의 주장 이동국이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달 7일 전북과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는 지난 시즌을 ‘선물 같은 해’로 여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이동국을 비롯해 안정환(44) 고종수(42) 등 꽃미남 축구선수들을 보러 경기장에 몰린 팬들로 부흥기를 맞았지만 인기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던 기억 또한 고스란히 남아있다. K리그 인기가 식지 않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단 걸 그는 잘 안다.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팬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게 무슨 의미냐는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면서 “K리그 선수들이 사인이나 사진촬영 등 팬들의 요구를 웬만하면 다 들어주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는데, 프로선수로선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움직일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1990년대 말 이동국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움직일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1990년대 말 이동국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축구선수로선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지만 ‘인간 이동국’의 인생은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는 “내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이동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골을 기대할 수 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기성용(31) 이청용(32) 등 유럽파 후배들의 K리그 복귀설을 반겼다. 아직 이들의 유턴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팬들은 물론 어린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기대에서다. 이동국은 “K리그 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들이 돌아오더라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두 선수가 K리그에 돌아와 박수도 받고 팬들이 감탄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친다면 나 또한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도 그들과 같이 뛴다면 성장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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