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 부티지지 샌더스에 0.1%P차 신승
집계 오류 다수 발견돼... AP “승리 선언 할 수 없어”
부티지지ㆍ샌더스 “우리가 승리”…당 재점검 요구
트럼프, 백악관에서 1시간 자축 연설로 민주당 맹공
첫 대선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개표 지연뿐 아니라 집계 과정에서도 다수 오류가 발견된 미국 민주당이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 탄핵 굴레를 벗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죄를 자축하는 행사를 벌이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민주당은 아이오와 코커스 개최 사흘 후인 6일(현지시간) 저녁에야 최종 개표 결과를 내놨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대의원 확보율에서 26.2%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6.1%)을 0.1%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8%), 조 바이든 전 부통령(15.8%)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 지지표 집계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26.6%로 부티지지(25.0%) 전 시장을 앞섰다.
우여곡절 끝에 결과는 나왔으나 부티지지가 승리했다고 보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0.1%포인트라는 박빙의 차이에다 집계 신뢰성이 크게 훼손돼 재조사 요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일부 결과가 잘못 도출됐다는 증거가 있고 심지어 1,765개 선거구 중 한 곳의 자료는 실종됐다”며 “승자를 선언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도 자체 분석 결과, 선거구 100곳 이상에서 각종 오류가 노출됐다고 전했다. 가령 2차 투표에서 적은 득표를 한 후보가 대의원 할당을 더 많이 받거나, 1ㆍ2차 투표자 수가 같아야 하는데도 2차 투표자수가 많아진 사례가 최소 70곳의 선거구에서 발견됐다. 아이오와주의 일반 대의원수는 41명으로 전체 대의원(3,979명)의 1%에 불과해 오류가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지만, 아이오와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캠프간 승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부티지지와 샌더스 측은 서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1차 투표에서 6,000여표 앞선 점을 내세워 “우리에게 강한 승리를 안겨준 아이오와 유권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티지지는 경선 당일 이미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혼란이 커지자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집계 재점검(recanvass)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아이오와 민주당 측도 대선 캠프가 요청하면 재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경선부터 잇단 잡음이 불거지면서 2016년 경선 과정의 후유증이 재연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를 접전 끝에 0.2%포인트 차로 제쳤으나 샌더스 지지자들은 DNC가 개표를 조작해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클린턴에 대한 앙금을 끝내 풀지 못했다. 이는 대선 본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경선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를 누리기는커녕 개표 논란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전쟁 승리를 발판 삼아 민주당에 맹공을 가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상ㆍ하원 의원 등을 초청해 무려 한 시간 가량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1면 헤드라인에 ‘트럼프 무죄 선고’ 제목이 큼직하게 적힌 워싱턴포스트를 들어 보인 뒤 “이것이 최종 결과”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탄핵심판에서 일익을 담당한 의원들을 “위대한 전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에 비례해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지난 3년간 자신을 마녀사냥 해왔다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민주당은) 악이고 부패했고, 더러운 경찰이었고 누설자와 거짓말쟁이였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거론할 땐 아예“허튼소리(bullshit)”라는 속어를 내뱉기도 했다. AFP통신은 “트럼프의 연설은 우승자가 트랙을 한 바퀴 더 돌며 승리를 자축하는 ‘빅토리 랩(victory lap)’과 같았다”고 촌평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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