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외나무 다리에서 영국을 만난다. 1패씩을 안고 있는 두 팀이 맞붙는 승부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한판이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2차전에서 영국과 격돌한다. 이번 대회는 한국, 스페인, 중국, 영국이 참가해 4개 팀 중 3개 팀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다. 1차전에서 각각 스페인, 중국에 패한 대표팀과 영국은 다급하다. 서로를 ‘1승 상대’로 택한 상황에서 먼저 2패를 떠안으면 사실상 올림픽 꿈이 멀어진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의 믿을 구석은 ‘대들보’ 박지수(22ㆍ198㎝)의 높이다. 박지수는 7일 끝난 스페인전에서 22분34초를 뛰고 10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일찌감치 승부가 벌어진 탓에 무리하지 않았다.
박지수의 존재감은 국제농구연맹(FIBA)도 인정했다. 대회 전 FIBA는 “박지수가 한국이나, 아시아 여자농구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며 “13세 때 17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했고, 16세에 성인 월드컵에 나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 몸 담고 있는 박지수는 영국전에서 태미 패그벤리(28ㆍ193㎝)와 팀의 운명을 걸고 골 밑에서 격돌한다. 패그벤리는 WNBA 미네소타 링스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중국과 1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5어시스트 4스틸)을 올렸다.
중국-영국전을 지켜 본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14번(패그벤리)이 인상 깊었지만 박지수의 신장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며 “중국의 빅맨은 느리고 어눌하지만 지수는 블록슛도 강하기 때문에 크게 의식은 안 한다”고 말했다.
WNBA에서 박지수와 패그벤리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25경기에서 평균 6분30초를 뛰며 0.8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패그벤리 역시 18경기에서 평균 15분 코트를 밟아 5.4점 2.9리바운드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둘은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이 감독은 “팀에 센터 자원이 많지 않다. 영국전에서 지수가 40분을 다 뛰는 한이 있더라도 꼭 승리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박지수도 “센터에 잘하는 선수가 있는 팀인 만큼 내가 얼마나 (활약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박지수에게 맞서는 패그벤리는 “WNBA에서 몇 번 만났던 것 같은데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해 정확한 기억은 없다”며 “키가 크고 포스트업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알고 있다”고 경계했다.
대표팀이 영국전에서 승리하면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이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살아나려면 국제 경쟁력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간판 가드 박혜진 역시 “한국에서 이 곳까지 온 목표는 영국전 승리”라며 “반드시 이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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