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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 트로피 몇 개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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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 트로피 몇 개까지 가능할까

입력
2020.02.08 09: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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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지난 2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외국어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 올릴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전대미문의 성취를 노린다. 지난 91년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적은 없다. 지난해 ‘로마’를 비롯해 2001년 ‘와호장룡’ 등 10차례의 도전이 있었으나 모두 패퇴했다. 작품상은 세계 영화의 심장부를 자부하는 할리우드의 자존심이다. 할리우드가 간여하지 않은 영화, 특히나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에 작품상의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제장편영화상 못 받는 게 이변

당초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겨냥했다. 할리우드의 축제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가 환대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아카데미상 도전사도 오스카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한국영화는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로 이 부문에 처음 도전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최종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비 후보 10편 명단에 든 게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을 포함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국에선 ‘기생충’의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6일 ‘오직 수학으로만 올해 오스카 승자 예측하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92.9%로 봤다. 2위 ‘페인 앤 글로리’(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5.2%에 불과했다.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못 받는 게 대이변인 셈이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4일 ‘마지막 오스카 예측’이라는 기사를 통해 국제장편영화상은 ‘기생충’이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배우 송강호(왼쪽부터)와 박소담, 봉준호 감독, 배우 이정은, 최우석, 이선균이 지난달 18일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은 후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배우 송강호(왼쪽부터)와 박소담, 봉준호 감독, 배우 이정은, 최우석, 이선균이 지난달 18일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은 후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감독조합상 V 배우조합상

미국 언론들은 최근 작품상과 감독상 경쟁을 ‘1917’과 ‘기생충’ 2강 구도로 보도해 왔다. 예측의 근거 중 하나가 할리우드 영화 직능 단체들이 시상하는 각종 조합상이다.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17’은 미국제작자조합(PGA)상에서 영화부문 작품상을, 미국감독조합(DGA)에서 영화부문 감독상을 각각 받았다. 지난 30년간 PGA상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가 21차례 오스카 작품상을 가져갔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인 ‘그린북’도 PGA상 작품상을 받았다. DGA상도 아카데미상 작품상 바로미터다. DGA상 감독상을 받은 영화는 2000년 이후 다섯 차례를 빼고 오스카 작품상을 가져갔다. 작품상 수상에 실패한 다섯 차례 중 네 번은 감독상을 받았다. DGA상 감독상 수상작은 2000년 이후 세 차례를 제외하고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안았다. ‘1917’이 작품상과 감독상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셈이다.

‘기생충’은 배우조합(SAG)상에서 외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중 배우가 가장 큰 비중(16%)을 차지하고 있다. 배우 회원들이 ‘기생충’에 몰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기생충’은 작가조합(WGA)상 각본상(봉 감독, 한진원 작가), 편집감독협회 주최 에디상에서 장편영화 드라마 부문 편집상(양진모 편집감독), 미술감독조합(ADG)상 현대극 미술상(이하준 미술감독)을 각각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트로피 3개까지 가시권?

할리우드리포터는 앞의 기사에서 ‘1917’이 작품상을 받을 확률(36.5%)을 가장 높게 봤다. ‘기생충’은 19.3%로 2위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15.3%)와 ‘아이리시맨’(12.9%), ‘조커’(8.1%)가 뒤를 잇고 있다. 감독상도 ‘1917’의 샘 멘데스(54.8%) 감독이 봉(20.2%) 감독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는 작품상은 ‘1917’이 가져가는 반면 ‘기생충’의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각본상은 ‘기생충’(45.2%)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39.9%)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골든글로브상 각본상을, ‘기생충’은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각각 나눠 가졌다.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29.7%)와 ‘기생충’(28.2%)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56%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생충’(8.9%)은 5개 후보작 중 5위다.

국내 영화전문가들은 ‘기생충’이 오스카 트로피 3개 정도를 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중 하나를 받을 것이며 편집상과 미술상 수상도 가능하다”며 “(국제장편영화상 포함) 3, 4개 정도 수상할 것”이라고 봤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세계화와 양극화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서사가 돋보이고 이를 잘 표현해 내 각본상과 미술상을 받을 것”이라며 “종합적 완성도가 뛰어나기에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점쳤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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