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교민들이 ‘강제 금연’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격리생활을 하는 2주간 흡연이 전면 금지된 데다 이들의 생활을 돌보는 진천군도 금연 캠페인을 적극 벌이고 있어서다.
7일 우한 교민 173명이 진천 인재개발원에 수용된 지 8일차를 맞았다. 이중 40명 가량은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다. 교민 모두가 신종 코로나 전염을 막기 위해 방 안에서 지낼 뿐 아니라 입소와 함께 흡연이 금지되면서, 흡연자들은 얼떨결에 금연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보다 흡연에 관대한 중국에서 생활하다 갑자기 금연을 시작한 흡연자들은 그간 극심한 금단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필요한 물품을 신청할 때도 이들은 금단 증세를 완화하는 금연 보조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설상가상 진천군은 우한 교민들의 금연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진천군보건소는 입소 첫째 날 80개의 금연파이프를 넣어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금연파이프 440개, 금연 패치 40개를 제공했다.
격리 초반 교민들의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게 보건소 목표였다면 금연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보건소는 더 적극적인 ‘금연 클리닉’에 돌입했다. 7일에는 흡연 욕구를 완화해주는 비타민 함유 사탕과 구강 청결제ㆍ칫솔ㆍ스트레칭 밴드ㆍ악력기ㆍ금연 생활 수칙을 담은 리플릿 등이 포함된 ‘금연 키트’를 넣어줬다.
진천군보건소 관계자는 “흡연자인 교민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8일째 담배를 끊었다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14일 간 한 개비의 담배도, 금연의 최대 적인 음주도 할 수 없는 우한 교민들에게는 지금이 절호의 금연 기회니 진천을 떠날 땐 모든 흡연자가 비흡연자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진천군은 흡연자들이 원하면 임시생활을 마친 뒤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 클리닉 로드맵에 따라 지속적인 전화 상담을 통해 금연에 완전히 성공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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