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확진자’ 소식에 구내 다중이용시설 휴관
“아이 첫 졸업식인데, 혹시나 취소되면 축하도 못해줄까 걱정이 커요.”
7일 서울 송파 문정동에 거주하는 김원형(36)씨는 아들 김지우(13ㆍ가명)군의 졸업식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근처 아파트 입주민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아들이 다니는 주변 초등학교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며 가뜩이나 부모 출입 없는 조촐한 졸업식을 한다는 얘기가 돌아 마음이 아팠는데 이대로면 일주일 남은 졸업식이 아예 취소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날 밝힌 확진자 중 19번째 환자인 36세 한국인 남성이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에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지역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헬리오시티는 9,500여 세대로 구성된 대형 단지로 인구밀도가 높다. 확진자 발생 이후 반경 1.5km 내 초등학교 3곳은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이틀 연속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7일 오전 8시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여야 할 가락초 주변은 이날도 한산했다. 가락초는 헬리오시티 단지와 맞붙어 있어 학교 정문 앞 도로는 지나가는 행인조차 찾기 힘들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는 자녀 없이 부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교들이 혹시나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을 한 것이다. 학교 앞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이 시간이면 아이들이 떠들고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는데 지금은 고요하다”고 전했다. 확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 앞 놀이터 역시 사람이 없었다. 가락초 관계자는 “언제까지 임시 휴업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관련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 1명이 19번 확진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는 가원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휴업 안내문은 붙어 있지 않았지만, 이틀 연속 학교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구내 다중이용시설들도 전날부터 문을 닫았다. 송파구는 구가 운영하는 체육문화회관과 박물관, 청소년센터 4곳과 경로당 등을 이달 16일까지, 도서관 11곳을 17일까지 휴관하고 방역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마트와 사무실도 부랴부랴 민간 방역업체를 통한 소독 작업에 들어갔다. 인구 밀집 지역인 만큼 불안감이 빠르게 퍼져 나간 것이다. 근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는 한 3층 건물은 6일 오후 10시 방역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건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다수의 입주업체로부터 늦게라도 상관 없으니 방역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은행이나 병원 같이 고객들을 대면하는 곳들이 많아 안전을 위해 즉시 소독 작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방역업체 관계자도 “강남 일대에서 작업 요청이 많이 들어와 요즘엔 새벽에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및 헬리오시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감염을 우려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헬리오시티 맘카페 회원은 “어린이집에서 헬리오시티에 확진자 거주 아동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며 “워킹맘인데 이제 진짜 지옥이 시작인가”라며 걱정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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