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미국질병통제센터(CDC)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미지. CDC 제공

요즘 전염력이 높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온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숫자를 발표하고 동선을 추적하면서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대재앙을 가져올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각종 추측성 영상과 괴담들이 떠돈다. 우리가 접하는 각종 정보들은 점점 더 감성적이고 자극적으로 되어 간다.

인체에 감염을 유발하는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은 진화적으로 인류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구에 서식해 왔다. 미생물의 종류는 무수히 많고 특성도 다양하다. 사람은 미생물뿐 아니라 미세먼지, 화학물질, 독성을 지닌 음식 등 온갖 환경적 유해물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미생물의 종류에 비해서는 매우 단순하지만 또 그만큼 매우 효율적인 체계이기도 하다. 피부, 위의 점막과 위산, 백혈구 등은 타고난 면역체계다. 자라면서 획득하는 면역체계도 있다. 그중 하나로 외부의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항원-항체 반응이 있다. 외부 물질이 아닌 자신의 신체 조직을 항원으로 인식하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

일부 학자들은 감염이나 자가면역반응에서 조현병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조현병 환자의 뇌와 척수액에서 자가항체가 발견되고 혈액에서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높게 측정되었다는 연구 보고들도 있다. 유전자 연구에서는 6번 염색체에 있는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주조직적합성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ㆍMHC)와의 관련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항원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인플루엔자나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이런 설명은 가뜩이나 전염병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더 유발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조현병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질환이 아니며 바이러스가 창궐한 해에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조현병에 더 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몸 밖의 세계에는 늘 어떤 종류의 항원들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항원을 다스릴 수 있는 면역체계다.

신체 면역 못지 않게 정신적 면역도 중요하다.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정신질환에 취약해진다. 심리적 면역체계가 약한 것이다. 요즘에는 중요도가 떨어졌지만 이전에는 부모가 매사에 비판적이며 적개심을 자주 나타내거나 자녀를 과잉 보호하는 높은 감정표출(high expressed emotion) 상태의 가족에서 자란 아이가 조현병에 취약하다는 가설이 있었다.

보통의 부모라도 아이가 증상을 보이면 이런 감정 상태에 빠지기 쉽다. 조그만 일에도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부모, 환자를 지배하려는 부모, 반대로 환자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안절부절못하는 부모들을 진료실에서 환자의 보호자로 종종 만나게 된다. 망상과 환청이 사실이 아니라고 환자와 다투고 무기력한 환자에게 운동을 안 하거나 믿음이 부족해서 병이 안 낫는다고 윽박지른다.

처방된 약을 부모가 마음대로 조절해서 주기도 하고 심지어 얼마나 독한 약인지 부모가 대신 먹어 볼 때도 있다. 그러나 환자 가족으로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환자를 도와 주는 것은 막상 본인에게 닥치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정신질환 치료에 가족 치료가 종종 필요하게 된다.

재난은 닥칠 때보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 출산 후에 몸조리를 못 하면 내내 몸이 아프고, 시집살이에 시달렸던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사망하면 우울증이 생기고, 전쟁에 나갔던 군인은 제대 후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다. 전염병도 무섭지만 그에 따른 불안, 의심, 정서적 불안정 등의 정신적 후유증도 간과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감정 과잉의 시대에 뉴스 거리가 되지 않는 대부분의 일들은 예측 가능하다. 지구는 오늘도 똑 같은 속도로 자전해서 우리가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갈 염려가 없고, 달은 여전히 같은 자전과 공전 속도를 유지하면서 수줍게 한 쪽 얼굴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몸과 신경의 면역체계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래저래 면역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정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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