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자신에 대한 상원 탄핵 심판이 부결되자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무죄를 강조하고 승리를 자축했다.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에 대해선 “사악하다”고 맹비난하는 등 분노를 쏟아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부 각료와 공화당 상ㆍ하원의원 등 수백 명을 초청, 성명 발표 형태로 1시간 넘게 연설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부당하게 지옥을 겪어왔다”며 “이것은 기자회견도, 연설도 아닌 축하하는 자리”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무죄’라는 제목이 커다랗게 찍힌 워싱턴포스트(WP) 신문을 트로피처럼 들어 보였다. 이어 “이제 우리는 멋진 말을 갖게 됐다”면서 “무죄라는 말이 이토록 좋게 들릴 줄 몰랐다”고 했다. 평소 ‘가짜뉴스’, ‘망해가는 언론’이라고 WP를 깎아 내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이 신문에서 유일하게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악랄하고 부패한 짓”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세력과 결탁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와 군사 원조를 맞바꾸려 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탄핵심판이 모두 마녀사냥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은 앞으로 다른 대통령에게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탄핵 정국을 주도했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 대해선 “끔찍한 사람”, “부패한 정치인”이라 했고 민주당 전체를 향해 “잔인하고 비열한 사람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이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 부결 직후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모습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짤막한 연설을 통해 “의회와 미국민에게 큰 짐을 부과한 이 모든 사건들을 초래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 사과는 가족들에게 “사악하고 병든 사람들에 의한 엉터리, 부패한 거래를 겪게 해 미안하다”고 한 것이 유일했다.
이날 담화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자유분방하고 신랄한 연설에서 무죄 선고를 자축했다”고 평가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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