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6일(현지시간) 이란과 함께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꼽으면서 이들의 지속적인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주최한 국방전략 관련 기조연설 및 질의응답에서 “우리는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국가로부터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해있다”며 “이에 대해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북한 이슈가 잠잠해진 사이 미 국방수장이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에스퍼 장관은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를 염두에 둔 듯, 이란 정권에 대한 최근 조치가 억지력을 복원해주는 한편 ‘우리의 군대와 이익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설명하면서도 “이란과 북한이 바로 여기 우리 앞에 있다”고 재차 북한을 거론했다.
이날 ‘불량국가’ 표현은 두 차례에 걸쳐 언급됐다. 미국의 국방전략과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을 다뤄야 할 첫 번째 대상으로 들면서 “두 번째로는 이란과 북한, 그리고 그와 같은 불량국가들을 다뤄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란과 함께 북한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아직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 또한 위협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우회적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불량국가’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표현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8월 22일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이라고 한 데 이어 같은 달 27일에도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내고 “그들 스스로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조미(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였다”고 비난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