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조계 “대부분 공개, 극히 제한적 비공개”
“미국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을 공개한다.”(추미애 법무부 장관 6일)
“아니다. 미국은 기소 즉시 일정 금액만 내면 공소장을 볼 수 있다.”(법조계 일부)
추미애 법무장관이 청와대 하명수사ㆍ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 공소장을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근거로 든 ‘미국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추 장관은 미국에서도 재판이 개시돼서야 공소장을 공개한다고 밝힌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 기소 즉시 공소장을 공개하는 게 미국 관행이라고 반박하면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양측 모두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한 법률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공소장은 공개(sealed) 공소장과 비공개(unsealed) 공소장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기소와 동시에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법원에 사건번호ㆍ사건명을 제시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공소장을 비롯한 사건 파일을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전문 비공개가 아닌 일부 민감한 내용이 담긴 문장만 지우는 ‘일부 삭제(redacted)’도 가능하다.
미국 공소장이 비공개되는 경우는 △기소 내용 공개로 인해 관련자 검거가 어려워지는 등 수사 보완이 필요한 사건 △외교ㆍ안보적으로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건 △피고인이 해외에 있는 경우 등이다. 이에 해당해 검찰의 비공개 요청이 이뤄지면 법원은 공개ㆍ비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검사 출신의 헨리 정 변호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공소장 비공개는 피고인이 사실을 알게 돼 도주 우려가 있거나 범인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에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공개 공소장 수는 워낙 적어, 2018년 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조사하던 당시 연방법원 전체 사건 중 35개가량 공소장이 비공개 처리되자 미 언론은 “이례적으로 많은 수”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를 적용하면 모든 공소장이 재판 개시 후 공개된다는 추 장관의 주장도, 기소 시점에 모두 공개된다는 일각의 주장도 적절치 않다. 앞서 6일 추 장관이 미국의 공소장 공개 사례를 강조한 자리에 동행한 이용구 법무실장은 “얼핏 확인한 바로 미국은 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가 진술된 이후 홈페이지에 공소장 전문을 첨부해 보도자료를 올린다”고 말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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