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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르시아만 vs 아라비아만

입력
2020.02.07 18:00
수정
2020.02.07 18: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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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걸프해협 주변까지 작전구역이 넓어진 청해부대가 오만 해협에서 표류하던 이란 선박을 구조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최근 걸프해협 주변까지 작전구역이 넓어진 청해부대가 오만 해협에서 표류하던 이란 선박을 구조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흔히 ‘중동’을 종교적으론 이슬람, 민족적으론 아랍인들의 단일 세계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걸프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북쪽 이란 지역과 남서쪽 아라비아반도 지역은 민족이나 역사는 물론, 같은 이슬람이라도 종파가 다르다. 이란의 주류 민족은 페르시아인(61%)이다. BC 1,500년경 중앙아시아에서 이란으로 이동해 정착한 아리안족이 페르시아인의 뿌리다. 중동 기준으로 보면 북방민족인 셈이다. 반면 아라비아반도 주류 민족은 걸프만 남쪽 사막에 흩어져 살던 셈족 계열 유목민들인 아랍인이다.

▦ 국가적으론 페르시아인이 먼저 흥했다. BC 6세기에 이미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를 아우르는 광대한 고대 페르시아제국을 일궈 다리우스 1세 때는 그리스까지 공략했다. 당시 페르시아제국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됐지만, BC 250년 파르티아 왕국을 거쳐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다시 일어나 로마제국과 다투며 AD 7세기까지 융성했다. 페르시아인들이 1,000년 동안 흥망을 거듭할 동안 아라비아반도는 흩어진 유목민들의 낙후된 부족사회 수준에 불과했다.

▦ 그런데 7세기에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쪽 연안 도시인 메디나에서 이슬람교단을 확립하면서 아랍인들이 뭉쳐 일어났다. 무함마드 사후 불과 20여년 만에 동쪽으로 이란에서 서쪽으로 이집트까지 아우르는 사라센제국을 일궈낸 것이다. 당시 걸프만 너머엔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가 국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사라센의 사신이 당도해 이슬람으로의 개종과 복속을 요구해 일축했더니, 두말 없이 사라센 대군이 밀려와 왕조를 멸망시켰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 같은 이슬람교라도 과거 사라센의 후예인 아랍 각국이 이슬람 정통 수니파인 반면, 이란에선 수니파에 반발해 이탈한 시아파가 주류를 형성해 민족 감정 외에 만만찮은 종파적 갈등까지 빚고 있다. 얼마 전 청해부대 작전 방침을 발표하면서 걸프해협을 두고 ‘아라비아ㆍ페르시아만’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란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우리 국방부가 최근 외교부와 협의 끝에 공식 명칭을 ‘페르시아ㆍ아라비아만’ 또는 ‘걸프해협’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칭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것처럼, 걸프해협에도 이란과 아랍 각국 간 팽팽한 민족 감정이 존재함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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