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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었던 탄핵 드라마… 국론 분열만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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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었던 탄핵 드라마… 국론 분열만 극심

입력
2020.02.06 19:24
수정
2020.02.06 19: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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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4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 뒤 국정 연설 원고를 찢고 있다. AP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4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 뒤 국정 연설 원고를 찢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드라마에 이변은 없었다. 지난해 9월 24일 하원의 탄핵조사 개시로 시작된 탄핵 절차는 5일(현지시간) 상원의 기각으로 4개월여만에 모두 종료됐다. 탄핵 굴레를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가도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국론 분열과 정치적 갈등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은 이날 표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최종 기각했다. 권력남용 혐의는 52대 48, 의회 방해 혐의는 53대 47로 각각 무죄 판정이 내려졌다.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의 의석분포상 민주당의 탄핵 정족수(67석) 확보는 애초부터 무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 공화당에선 밋 롬니 의원 한 명만 이탈해 트럼프 대통령의 견고한 장악력만 확인한 셈이 됐다. 민주당이 기대했던 증인 채택 표결에서조차 공화당 이탈은 2표뿐이었고, 결국 상원 탄핵심판은 개시 20일만에 싱겁게 종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탄핵 논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일 기준 45.3%(2주간 여론조사 평균치)였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이날 기준 45%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상원 표결 전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49%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 특히 공화당원의 지지율이 94%에 달해 지지층 결집 효과가 뚜렷했다. 그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조사와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조사 모두를 민주당의 ‘마녀사냥’으로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탄핵 사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승리”라며 6일 백악관 성명 발표를 예고하는 등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무리한 탄핵 추진 실패로 민주당에 대한 역풍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1998년 공화당은 하원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공화당 소속 뉴트 깅그리치는 하원의장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엄청난 정치적 실수”라고 꼬집었다.

물론 민주당에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하지만, 탄핵 논란을 겪으며 민주당 지지층 결집 효과도 뚜렷했다는 것이다. 탄핵 추진 초기 30%대였던 찬성 여론은 빠르게 5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민주당원의 찬성 여론이 90%에 달한 점에 비춰 보면 애초 탄핵 역풍을 우려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당내 여론을 외면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탄핵 심판을 불법ㆍ비공식적 사법 절차를 뜻하는 ‘캥거루 재판’으로 규정하며 11월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지역 장악력이 강화되고 상원에서도 50석을 노려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건재도 점쳤다. 물론 공화당 우세지역에선 공화당 색채가 더욱 강화됨으로써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를 오가는 ‘스윙 지역구’의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탄핵 추진으로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국론 분열이 심화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앞서 펠로시 의장의 악수를 거부했고,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원고를 찢어 던졌다. 이를 두고 대선 또는 그 이후에도 계속될 워싱턴 정가의 분열상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란 얘기가 나온다. CNN방송은 “탄핵심판은 끝났지만 여진이 미국을 뒤흔들면서 ‘국가적 악몽’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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