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당명 사용 제동… 주황색 당 색깔도 이미 사용, 보조금 불발 땐 운영비 태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내달 1일 ‘안철수신당’(가칭)을 띄우기로 했지만, ‘현실 문제들’에 부딪혀 허덕이고 있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워낙 급하게 만들다 보니 맞닥뜨린 문제들이다. 안철수신당이라는 ‘회심의’ 당명부터 쓸 수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안철수신당’을 정당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다.
안 전 대표가 ‘안철수신당’을 고안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안 전 대표가 만든 정당’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리려면 ‘안철수’를 넣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안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은 6일 “아무리 그래도 당명에 ‘실용’ ‘중도’ 등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긴 했다”며 “‘안철수 사당’ 논란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했다.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초유의 당명이 희화화 소재가 될 가능성도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격론 끝에 ‘이래저래 따지기엔 시간이 없으니 일단 ‘안철수 신당’을 쓰다 총선 이후 바꾸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안 전 대표가 그 만큼 조급했다는 뜻이다.
선관위가 당명 사용에 제동을 건 것은 안 전 대표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선관위는 6일 ‘안철수신당 허용 여부’를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한 끝에 ‘불허 결정’을 내렸다. ‘총선 공식 선거 운동이 4월 2일부터 시작되는데, 신당 이름 자체로 사전 선거 운동을 하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 주요 논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에도 ‘박근혜 대통령님 청와대 복귀를 위한 UN 인권 대사모’를 당명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정당의 목적과 본질, 헌법질서, 사회통념상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는 9일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서둘러 새 당명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 ‘친박연대’처럼 안 전 대표 이름 중 ‘안’씨만 들어가는 이름이 플랜비로 거론된다. 국민의당을 연상할 수 있도록 ‘국민과함께하는정당’ 등 ‘국민’이 들어가는 이름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신당의 상징색도 문제다. 안 전 대표는 일단 주황색을 골랐다. ‘시작을 뜻하는 동틀녘을 떠올리게 하고, 국민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제복색이기도 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민중당이 이미 쓰고 있는 색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신당이 자금난을 겪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안철수계 비례대표 현역 의원들이 셀프 제명 절차를 거쳐 신당에 입당하는 시나리오가 무산되면, 신당은 현역 의원 명수를 기준으로 총선 전 지급되는 선거 보조금을 거의 받을 수 없다. 당 운영비도 십시일반 충당해야 한다. 신당은 총선 때까지 당사를 두지 않고, 당직자들도 무급으로 일하게 할 방침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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