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 온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광고감독)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고,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6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 관련 현안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 전 단장에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차 전 단장은 2015년 포스코가 계열사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차 전 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서원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KT에 압력을 행사해 지인을 KT임원으로 영입하게 하고 보직을 변경하게 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기업에 부당한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원심도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이 이들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혐의 중에서 강요죄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하는데, 강요죄가 성립할 만큼의 협박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차 전 단장의 강요 혐의와 관련 “KT 회장 등에게 특정인의 채용·보직변경과 특정업체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차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삼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씨의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기업 대표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 사건이 파기환송된 것은 앞서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씨 사건에서 강요죄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판례의 영향을 받았다. 대법원은 “장씨나 김 전 차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성립하는 것은 맞고 강요죄만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전체적으로 2심의 유ㆍ무죄판단을 수긍하면서, 다만 공범인 최서원ㆍ안종범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강요 부분만 무죄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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