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종로 출마해 패배했으나 승부수 띄워 정치 자양분 만들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두고 머뭇거리고 있다.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역대 총선에서 당 대표들은 대부분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 선거를 지휘했다. 한국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황 대표가 ‘2008년의 손학규’처럼 종로 출마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7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계열 정당 대표들의 출마 지역을 분석한 결과, 당대표 14명 중 지역구에 출마한 건 20대 총선에서 부산 중구영도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표 등 3명에 불과했다. 7명은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노인 폄하 발언 떄문에 선거 직전 후보를 사퇴했다. 18대 총선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표 등 3명은 불출마를 선택했다.
황 대표와 가장 처지가 비슷한 건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나섰던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대표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직후라 선거 분위기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 기울어 있었다.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 의원들의 희생을 촉구하면서 본인의 종로 출마를 결정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4%p 차이로 뒤져 낙선했지만, 이 때의 승부수를 자양분으로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이어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험지로 꼽힌 경기 성남분당을에 출마해 승리했다.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을 정통으로 맞은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대표로 등판해 본인 지역구이자 텃밭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신 전국을 누비며 ‘박근혜 바람’을 일으켰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황 대표 역시 비례대표로 출마 혹은 불출마를 택한 뒤 전국을 다녀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없지 않지만, ‘황교안 바람’이 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19대 총선 때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원외 야당 대표’라는 점에서 황 대표와 상황이 흡사하다. 김 전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모두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김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한 전 대표의 민주당은 패배했다. 황 대표가 ‘2008년 손학규’의 길을 갈지,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종로보다 높은 곳을 찾아 다른 길을 갈지 주목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