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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2008년 종로 출마… 황교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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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2008년 종로 출마… 황교안은?

입력
2020.02.07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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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종로 출마해 패배했으나 승부수 띄워 정치 자양분 만들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두고 머뭇거리고 있다.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역대 총선에서 당 대표들은 대부분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 선거를 지휘했다. 한국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황 대표가 ‘2008년의 손학규’처럼 종로 출마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7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계열 정당 대표들의 출마 지역을 분석한 결과, 당대표 14명 중 지역구에 출마한 건 20대 총선에서 부산 중구영도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표 등 3명에 불과했다. 7명은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노인 폄하 발언 떄문에 선거 직전 후보를 사퇴했다. 18대 총선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표 등 3명은 불출마를 선택했다.

황 대표와 가장 처지가 비슷한 건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나섰던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대표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직후라 선거 분위기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 기울어 있었다.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 의원들의 희생을 촉구하면서 본인의 종로 출마를 결정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4%p 차이로 뒤져 낙선했지만, 이 때의 승부수를 자양분으로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이어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험지로 꼽힌 경기 성남분당을에 출마해 승리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08년 3월 12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08년 3월 12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을 정통으로 맞은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대표로 등판해 본인 지역구이자 텃밭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신 전국을 누비며 ‘박근혜 바람’을 일으켰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황 대표 역시 비례대표로 출마 혹은 불출마를 택한 뒤 전국을 다녀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없지 않지만, ‘황교안 바람’이 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19대 총선 때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원외 야당 대표’라는 점에서 황 대표와 상황이 흡사하다. 김 전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모두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김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한 전 대표의 민주당은 패배했다. 황 대표가 ‘2008년 손학규’의 길을 갈지,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종로보다 높은 곳을 찾아 다른 길을 갈지 주목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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