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세상에 여자들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가부장제도, 젠더 갈등도, 물론 ‘페미니즘’도 필요 없어진 세계에서 여자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아민더 달리왈의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는 이런 상상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미래 어느 날, 유전적 이상으로 남자들이 일찍 죽거나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된다. 전 세계적 자연재해까지 겹친다. 과거 문명은 사라지고 이 땅엔 맨손의 여성들만 남는다. 남자가 없는 세상, 여자들은 이제 새로운 임신ㆍ출산 방법을 고안하고 자신들만의 힘으로 세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먼월드’는 거대 이념 설파보다 유머를 택했다. 이 여자들이 사는 마을 이름부터가 ‘비욘세의 허벅지’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뒷굽이 뾰족한 하이힐을 두고 “작은 구멍을 내는 데 썼던 건설작업용 신발”이라 추측하고, 예전에 남성용 면도기와 여성용 면도기가 따로 있었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고심한다. 여성들은 가슴 절제수술을 한 흉터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니고, 권력 관계가 사라진 평등한 연애를 한다.
미국 LA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2017년 1월 ‘여성들의 행진’ 행사에 참여한 뒤 1년간 인스타그램에 이 만화를 연재했다. 2030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지금 디즈니의 투자를 받아 TV시리즈로도 제작 중이다.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
아민더 달리왈 지음ㆍ홍한별 옮김
롤러코스터 발행ㆍ260쪽ㆍ1만5,000원
여자만 남은 세상이라고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남자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설정은 오늘날 많은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 여자만 남은 세상은 이 책처럼 엄청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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