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 종로 출마에 퇴로, 출마지 결정 연기… ‘쇄신 공천’ 가물가물
4ㆍ15 총선 공천을 놓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보였던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전략적 협력 관계로 옮겨 간 모양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주저하는 황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 준 것이 김 위원장이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 신중 기류로 바뀐 것에 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황 대표와 교감하면서 생각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공관위원장 취임 당시 “누구에게 휘둘리거나 간섭 받지 않는 공천을 하겠다”며 “황 대표의 공천도 공관위가 결정한다”고 했었다. 황 대표의 개인적 처지를 감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종로 출마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6일 “공관위가 선거를 치러 주는 것이 아닌 만큼, 김 위원장이 황 대표 입장을 고려하는 듯하다”며 “특히 당대표 공천에 대해선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주자인 황 대표가 종로에서 참패하면 공관위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관위는 7일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6일 밤 10일로 전격 연기한 것을 놓고 종로 출마와 더 멀어지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포기한다면, 황 대표를 향한 정치적 비판의 상당 부분을 김 위원장이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6일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과 비공개 오찬을 한 것을 놓도 ‘이 부위원장을 누그러뜨리려 한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분분했다. 이 부위원장은 사퇴 배수진까지 치면서 황 대표의 종로 공천을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의 비호를 받아 황 대표가 종로에서 퇴각할 경우, 한국당 공천의 ‘김형오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과감한 쇄신 공천을 함으로써 한국당을 ‘수렁’에서 건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공관위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 받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시켜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이냐”고 반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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