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 관광객 입국 때 무증상 통과, 전수조사 땐 연락두절
제재 없이 2주간 서울 활보… 20~22번 환자는 2,3차 감염
국내에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4명(20~23번) 중 23번 환자는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 우한에서 온 ‘소재 불명’의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었다. 그는 이날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약 2주간 서울 중구ㆍ서대문구 등 시내를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다녔다. 나머지 20~22번 환자는 기존 확진자의 가족이나 지인으로, 모두 2차ㆍ3차 감염자로 추정된다.
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7세 중국인 여성인 23번 환자는 다른 중국인 단체 관광객 7명과 함께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했다. 관광과 충남 소재 대학에 유학 중인 자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엔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어 방역망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7일까지 적용됐던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에선 우한시를 다녀온 뒤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모두 나타나야 격리 대상이 된다.
23번 환자는 한 동안 소재 불명의 입국자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시가 같은 달 13~25일에 우한에서 서울로 들어온 외국인 205명의 명단을 받아 전수 조사했을 때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한 65명 중 1명이 바로 23번 환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번 환자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머물다가 우한 공항이 폐쇄되자 출국을 하지 못한 경우”라며 “입국할 때 적은 주소지인 호텔로 소재파악에 나섰을 땐 이미 예약한 기간이 끝나 퇴실한 상태여서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었고, 경찰 협조를 받은 뒤 이달 5일에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도시형민박시설(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환자는 2일부터 나흘간 이곳에 투숙했다.
23번 환자는 발열 증상이 나타나 서대문구 보건소가 시행한 검사에서 이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우한 거주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감염됐다고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확진자 23명 중 일본에서 온 12번 환자(48)와 1번 환자(35ㆍ여)에 이어 3번째 중국인 환자가 됐다. 23번 환자와 동행한 7명은 모두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가벼운 증상의 환자도 신종 코로나 전파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이 인정한 만큼 약 2주 동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 23번 환자가 격리 전까지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우한에서 들어온 전수조사대상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외국인이 29명에 달하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2차 또는 3차 감염자인 20~22번 환자는 모두 자가격리 중 확진됐다. GS홈쇼핑에서 근무하는 20번 환자(41ㆍ여)는 우한을 방문했던 15번 환자(43)의 가족이다. 당초 첫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었다. 정 본부장은 “20번 환자는 15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시점에 검사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며 “자가격리 중 증상이 나타나 이후 검사에서 확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번 환자(59ㆍ여)는 우한을 다녀온 3번 환자(54)에게서 감염된 2차 감염자인 6번 환자(55)의 교회(명륜교회) 지인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교회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광산구 우편집중국에서 일(인력관리)하는 22번 환자(46)는 16번 환자(42ㆍ여)의 친 오빠로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오지는 않았다. 지난달 20일 전남 나주 소재 16번 환자의 어머니 집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16번 환자로부터 이때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환자는 자가 격리 전 10일 이상 광주와 나주를 오가는 과정에서 동료 200여명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확진자가 들렀거나 거주했던 지역 사회에선 폐쇄 조치가 잇따랐다. 중국 이외 지역인 싱가포르에서 신종 코로나에 걸린 ‘제3국 감염자’이자, 경기 구리에 사는 17번 환자(38)가 확진 전 들렀던 구리 시내 의료기관 2곳은 임시 폐쇄됐다. 19번 환자(36)가 거주했던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 헬리오시티 커뮤니티시설도 잠정 폐쇄됐다. 이 지역의 가락초ㆍ가원초, 해누리초는 휴교 조치를 시행했다.
세종=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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