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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서울 쪽방의 ‘착취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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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서울 쪽방의 ‘착취 생태계’

입력
2020.02.06 18:00
수정
2020.02.06 19:35
20면
0 0

이혜미 ‘착취도시, 서울’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 홍인기 기자

“이 골목 쪽방 건물은 모두 우리 집주인 거예요. 그 집 가족들은 돈을 모아 근처 역세권에 빌딩도 하나 세웠다니까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20여년을 지낸 그의 무심한 듯한 말 한마디가 기자를 되돌려 세웠다. 7명이 사망한 인근 고시원 화재 참사로 도시 빈민 주거 실태를 둘러보던 길이었다. 냉기가 가득한 3.3㎡(1평) 남짓의 작은 방안에 병색을 띤 60대 남성의 모습은 빈민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무심코 나온 그의 말 한 마디에 기자는 열악한 주거 환경 뒤에 도사린, 보이지 않는 구조를 봤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던 쪽방의 생태계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다.

1년간 끈질긴 취재가 이어졌다. 기자는 서울시의 쪽방 현황 내부 자료를 입수, 318채 쪽방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쪽방 거주민을 착취해 부를 쌓은 건물 실소유주와 중간관리자의 ‘빈곤 비즈니스’가 드러났다. 처음 맨 얼굴을 드러낸, 서울 도심 한복판의 착취 실태는 끔찍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촌’(2019년 5월 7일자) ‘대학가 신쪽방촌’(2019년 10월 31일자) 2부작 보도로 이어졌다.

착취도시, 서울

이혜미 지음

글항아리 발행ㆍ208쪽ㆍ1만3,000원

이 기사를 취재 보도한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가 기사에 채 담지 못했던 내밀한 취재 뒷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쪽방 거주민과 관리인, 부동산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얽히고 설킨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품을 팔아가며 취재하면서 느낀 점들도 큰 공감을 일으킨다. 가지지 못한 이들을 이용해 부를 증식한 가진 이들을 향해, 가지지 못한 이들을 애써 외면해온 우리를 향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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