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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못해 월세만 날리네요”, 코로나 직격탄에 세입자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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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못해 월세만 날리네요”, 코로나 직격탄에 세입자들 ‘속앓이’

입력
2020.02.09 12:06
수정
2020.02.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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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상권에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안하늘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상권에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안하늘 기자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서 식당 개업을 준비 중인 박모(39)씨는 요즘 속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5번째 확진자가 성신여대 인근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상권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지난 1일로 잡았던 식당 개업 날짜를 한 달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장사도 못하고 월세 300만원 내는 게 아깝긴 하지만 학교 개강까지 미뤄진 상황에서 개업해봐야 파리만 날릴 게 뻔해 어쩔 수 없었다”며 “건물주에게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건 세입자 사정’이란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연일 악화되면서 박씨처럼 세 들어 장사하는 세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안 좋은데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손님 발길이 확 줄면서 월세 내기가 더 빠듯해진 탓이다.

지난 7일 오후 성신여대역 인근 상권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래 이맘때에는 개학을 앞둔 신입생들이 부모님과 방을 구하러 다니고, 방학 때 고향에 갔던 학생들이 돌아와 거리가 북적거린다.

성신여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평시 대비 유동인구가 10%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올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학생들이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에 이 식당을 찾은 손님은 2팀 뿐이었다.

5번째 확진자는 성신여대입구 CGV, 분식점, 잡화점 등을 다녀갔다. 해당 점포들은 이미 방역을 마쳤지만, 분식점의 경우 아직까지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인근 식당 주인은 “대학가라 임대료가 센 편인데 장사가 하도 안돼 벌써 임대료를 어떻게 낼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머무른 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차, 3차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공포심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모두 비상이다.

수원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임모(32)씨는 "손님들이 걱정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와서 운동을 하는 상황"이라며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소독을 계속 하고 있다고 공지를 해도 신규 트레이닝 문의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임시로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혹시나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만약 확진자가 다녀간 게 드러나면 사실상 2주 가까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러면 당장 매출이 줄어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경기까지 안 좋아지면서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까지 터져 전반적으로 매출이 반토막, 심한 곳은 10분의 1까지 줄었다”며 “라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사람들의 공포심이 더 큰 것 같아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이어 최 연합회장은 “상황이 오래갈 경우 규모가 작은 가게부터 폐업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분위기가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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