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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 사사건건 다 중국 눈치? ‘은혜 갚기’ 논란의 WHO 사무총장

입력
2020.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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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의 중국’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출신 게브레예수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봉쇄 조치에 대한 지속적 협력과 다른 도시와 지역의 공중 보건 대책, 지속적인 정보 공유 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종 코로나라는 전세계적 비상사태 상황에서 WHO 사무총장과 감염증 발병 국가 정상이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이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둘의 만남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의 잇따른 ‘친중 행보’ 때문입니다.

 ◇중국을 너무 사랑하시네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긴급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는데요. WHO에 따르면 이날 신종코로나 감염 확진자는 전세계적으로 7,834명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사망자 170명을 포함해 7,736명이, 그 외 지역에서는 18개 나라에서 9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요. 이 가운데 독일, 일본, 베트남, 미국 등 4개국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가 8건 나온 상황이었죠. 비상사태 선포가 늦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이번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라며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친중으로 비춰질 만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의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에요.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서 신종 코로나 억제를 위해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다음날 같은 회의에서 중국의 조처로 신종 코로나가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조치로 감염증 확산을 막을 ‘기회의 창’을 갖게 됐다”며 “이 기회의 창을 놓치지 말자”고 했어요. 신종 코로나로 ‘멘붕’에 빠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대신해 중국의 속마음을 대신 얘기해준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어요.

 ◇게브레예수스는 트러블메이커?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AFP=연합뉴스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AFP=연합뉴스

게브레예수스는 2017년 5월 23일 WHO 8대 사무총장에 선출됐고 같은 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임기는 2022년 6월 끝납니다. 사실 게브레예수스는 당선 직후부터 논란을 일으켰어요. 짐바브웨를 37년 동안 통치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를 WHO 친선대사로 임명하려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없던 일로 했죠.

게임 ‘왕자영요’의 메인 화면. 디스이즈게임 제공.
게임 ‘왕자영요’의 메인 화면. 디스이즈게임 제공.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등록한 것도 큰 논란을 가져왔는데요. 게브레예수스는 취임 후 게임에 대한 질병 코드 도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공교롭게 중국 정부는 2017년 당시 최고 인기 게임 ‘왕자영요(王者榮耀)’ 때문에 상당수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이 됐다며 게임을 규제할 뜻을 내비쳤는데요. WHO는 2019년 5월 25일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공식 질병에 포함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게브레예수스가 게임 중독의 질병 코드 등록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중국의 뜻이 반영됐다며 뒷말이 무성했죠.

 ◇뽑히는 데 힘써준 중국에 은혜 갚는 까치가 되시려고? 

제72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2019년 5월 20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제네바=신화통신 연합뉴스
제72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2019년 5월 20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제네바=신화통신 연합뉴스

게브레예수스는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인물입니다. ‘말라리아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보건장관을 지냈습니다. 게브레예수스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중국’으로 불리는데요. 2014년 블룸버그 통신은 ‘에티오피아, 제2의 중국으로 탈바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에티오피아가 중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최대 수혜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16년 9월 기준 에티오피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만 900개가 넘었습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은 에티오피아 도로 건설의 70% 이상을 수주했고 철도, 통신, 에너지, 섬유 산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자신의 고향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ㆍ지원한 중국에 게브레예수스가 호의적인 태도를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게브레예수스가 WHO의 8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당시, 총장 선출 방식이 190여개 회원국 전원 투표로 바뀌었는데요. 이전에는 30여개 집행이사국 회의에서 사무총장을 선출했는데,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법이었죠. WHO의 6대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이종욱 전 총장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선출됐습니다. 게브레예수스는 2017년 5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0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회원국 전원의 투표를 거쳐 사무총장에 뽑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중국의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투표 당시 향후 10년간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중국이 게브레예수스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 그의 당선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입니다. 정말 게브레예수는 지금 중국에 그 은혜를 갚고 있는 걸까요?

 ☞여기서 잠깐 

 WHO 사무총장이 얼마나 대단한 자리길래 

WHO 사무총장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입니다. WHO는 1948년에 설립된 UN(United Nationsㆍ국제연합) 전문기구입니다. 예산과 인사에서 UN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있는 이 기구는 전세계 194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결핵, 에이즈, 소아마비 등 질병퇴치 운동과 함께 건강과 관련한 각종 기준치를 정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각국에 약 8,000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WHO는 ‘세계 질병 기준’을 세우는 곳으로 기구의 수장인 사무총장은 막강한 권한이 있음과 동시에 책임이 따릅니다. 권한이 막강할수록 사사로운 감정이 배제돼야 하는 건 당연한데요. 게브레예수스가 공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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