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0명 이어 신종 코로나 총 20명 무더기 감염
홍콩 남성 감염 후 3일간 ‘객실 격리’ 안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탑승했던 대형 크루즈선에서 6일 10명의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감염자 10명을 포함, 총 2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데 더해 현재 3,700명의 승객ㆍ승무원이 해상의 폐쇄된 공간(선박)에서 생활하고 있어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다. 더욱이 5일 오전까지 승객들은 레스토랑, 극장, 수영장 등 선내 공용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미흡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10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새롭게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국적은 일본 4명을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각 2명, 뉴질랜드와 대만 각 1명이다. 한국인 9명도 크루즈선에 탑승해 있으나 아직까지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3일부터 크루즈선에 탑승한 승무원ㆍ승객 총 3,711명 중 발열ㆍ기침 등 증상이 있는 120명과 홍콩에서 지난달 25일 내린 80세 남성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153명 등 273명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전날 결과가 나온 31명 중 10명, 이날 결과가 나온 71명 중 10명 등 20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나머지 171명에 대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날 확진자 10명은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일본 정부는 홍콩에서 하선한 80세 남성의 확진이 2일 발표된 후 일본으로 돌아온 크루즈선을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시켰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숭무원ㆍ승객들에게 2주간 선내 대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크루즈선 회사는 3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후에도 승객들에게 객실에 머물도록 안내하지 않았다. 승객들에게 객실에서 나오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한 것은 이틀이나 지난 5일 오전이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크루즈선에 탑승한 20대 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내에는 어디든 항상 사람이 있었다. 감염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혔고, 60대 여성은 “레스토랑에서 처음 본 승객들과 대화를 즐겼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초동 대처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크루즈선에 머물고 있는 승객들의 감염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객실에 격리돼 불편과 물자 부족을 호소하는 승객들도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위대원 수십명을 파견해 물, 식료품, 마스크 및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상비약 등 승객들의 생활ㆍ의료용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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