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트너와 함께 은반 위로 돌아온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25)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였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민유라는 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아이스댄스 리듬댄스에서 대니얼 이튼(28ㆍ미국)과 해리 워렌의 ‘42번가’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2018 평창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한 국제대회에 나선 민유라는 기술점수(TES) 37.00점, 예술점수(PCS) 27.38점, 총 64.38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세우며 16개 참가 팀 중 8위에 올랐다. 1위는 총 85.95점을 기록한 매디슨 허벨-재커리 도노휴(미국) 조다.
선수들 사이에서 ‘흥부자’로 통하는 민유라는 올림픽 당시 넘치는 끼와 흥을 발산했다. 팀 이벤트(단체전)에서는 주장을 맡아 밝은 에너지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었다. 알렉산더 겜린(미국)과 짝을 이룬 아이스댄스에선 한복을 변형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 선율에 맞춘 연기로 한국의 미를 알렸다. 순위는 18위로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사상 최고성적을 냈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민유라는 훈련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12만4,340달러(약 1억4,6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후원 펀딩엔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사비 1,000달러를 후원했다. 하지만 민유라와 겜린은 훈련 과정과 후원금 배분 문제 등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를 비난하다가 갈라섰다.
진실공방에 지친 민유라는 한동안 빙판을 떠났다.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코치의 권유로 새 파트너 이튼을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둘은 2015년에 인연을 맺을 뻔했다. 당시 민유라가 이튼에게 연락을 했지만 기대주였던 이튼과 만남은 불발됐다.
민유라는 “몇 달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코치는 아직 은퇴할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면서 “파트너 찾기가 정말 어렵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딱 만났다.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튼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만에 한국 팬들 앞에 연기를 펼친 민유라는 “(연기 전) ‘민유라’라고 들려올 때는 무척 떨려서 토할 뻔했다”며 “이튼의 손을 잡고 나가니 부담이 사라졌다. 토하지 않고 잘 한 것 같다”고 웃었다. 7일 프리댄스에 출전하는 민유라는 “(리듬댄스에서) 개인 최고점을 세웠지만 몇 차례 실수가 나와 아쉽다”며 “프리댄스에선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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