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업체들 중국서 재료 수입
다급한 中도 수출 제한 움직임
3월 생산량 절반 뚝 떨어질 수도
일부선 1장에 8000원 받고 팔아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의 마스크 제조업체 더조은주식회사 창고에 당일 생산한 마스크 재고가 쌓여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생산량을 2배로 늘려 40만장을 뽑는데 전부 지자체 등 기존 거래처로 공급한다"고 말했다.](http://newsimg.hankookilbo.com/2020/02/06/202002061569036361_13.jpg)
#1. 지난 5일 경기 평택시의 한 마스크 공장. 상주 직원 50여명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라인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24시간 내내 공장을 가동하는데도 수요량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웃돈을 줄 테니 마스크를 넘겨달라는 문자가 하루 1,000통 넘게 온다”고 말했다.
#2. 이튿날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는 마스크가 시중가의 6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남대문 시장의 한 가게 직원은 “처음부터 비싸게 들어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애초 공장에서 납품될 땐 마스크 가격이 500원 안팎에 책정되는데 중간 유통상을 거치면서 큰 폭으로 뛰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가 마스크 기근 사태를 막는다며 뒤늦게 단속 강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선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진 마스크를 만들 재료가 남아 근근이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재료가 바닥을 드러낼 걸로 예상되는 내달부턴 신생업체 중심으로 ‘생산 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생 업체의 대다수는 마스크 재료를 중국에서 받아 온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의 수입 문턱이 올라가면서 재료 구하기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마스크 제조업체는 120여 곳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생겨났다. 이들 신생업체는 내달부터 재료를 구하지 못해 자칫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3월 넘어가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수 있다. 생산업체들이 얼마나 버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현재 국내서 마스크를 하루 평균 1,000만장 정도 만드는데 3월엔 생산량이 500만장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통 업체들은 2~3개월치 재료를 비축하는데 최근 생산량이 급증해 재료가 거의 다 소진됐다”며 “중국산 재료에 의존하는 업체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마스크 확보에 사활을 건 중국이 ‘마스크 국외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매달 100만장씩 마스크를 가져왔는데 지금 중국이 마스크 수출을 막아 더는 중국에서 구하기 어렵게 됐다”며 “국내 생산량까지 떨어지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에도 중간 유통업체의 사재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재기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마스크 제조업체는 생산 물량을 대형업체에 우선 공급하고 남은 물량이 소형업체에 돌아간다. 소형업체로선 물량을 제때 받지 못하면 결국 웃돈을 줘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대형 병원은 마스크 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소형 병원은 타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6일 방문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마스크 한 장을 8,000원에 팔고 있다. 이 가게 점원은 "원래는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찾는 손님이 늘어 인터넷을 통해 구했다"고 말했다.](http://newsimg.hankookilbo.com/2020/02/06/202002061569036361_14.jpg)
정부는 이날부터 마스크를 200만원어치 또는 1,000개 초과해 해외로 반출할 때 정식수출 신고를 하도록 했다. 만약 수출 심사 과정에서 매점매석 정황이 드러날 경우 통관을 보류하고 고발 의뢰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고 이미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달 생산량까지 줄어들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ㆍ사진=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